지난 2월 19일, facebook 이 whatsapp 을 $19B(RSU $3B포함) 에 인수한다는 발표가 전해지면서 시장에는 수많은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Sequoia Capital 의 Jim Goetz 가 몇 가지 상징적인 숫자를 통해 이 엄청난 딜을 설명한 글(바로가기)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간략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450M : whatsapp 의 Active User 수.
2. 32 : whatsapp 을 운영하고 있는 Engineer 의 수.
3. 1 : 유저에게 부과하는 사용료. 연간 $1.
4. 0: 마케팅 및 PR 예산 0. 담당자도 없음.
모두 다 믿겨지지 않는 엄청난 숫자이다. (물론 가장 믿겨지지 않는 건 여전히 $19B 이라는 가격이지만.) 사상 유례가 없는 엄청난 실사용자 기반에다 그 엄청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믿기엔 엄청나게 적은 수의 엔지니어들, 그리고 그 탄탄한 고객 기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렴한 사용료와 광고 등 수익 모델에 눈을 돌리지 않는 엄청난 뚝심까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난 이 $19B 가치의 회사가 마케팅에 단 한 푼의 돈도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 Google 에서 온라인 광고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Whatsapp 과 같은 사업자가 내 담당 Industry 에 존재한다면 아마 절망적인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19B 회사한테 단 한 푼도 벌 수 없다니~!!!
그러나 모든 CEO 가 Steve Jobs 일 수 없듯이 whatsapp 은 whatsapp 일 뿐이다. 이렇게 잘 나가는 서비스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너무 비관적으로 단정짓는다고 비판 받을 지 모르나 내 생각은 그렇다. whatsapp 이 저렇듯 믿겨지지 않는 길을 걸어온 데에는 분명 다양한 맥락들이 영향을 미쳤을 테지만, 스마트폰 바탕화면과 유저의 뇌리 속에 허락된 극소수의 자리를 놓고 스토어의 수많은 서비스들과 경쟁해야 하는 대다수 회사들의 입장에서는 whatapp 의 맥락을 끌어오기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
whatapp 만큼이나 인상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인 PSY 의 <강남스타일> M/V 사례를 보자. 아마 잊고 계신 분들이 많을텐데, 10억을 돌파한 이후에도 꾸준히 조회 수가 늘어서 곧 20억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PSY 도 whatsapp 처럼 글로벌 마켓에서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고 컨텐트의 힘만으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PSY 는 2010년부터 YG Entertainment 소속으로 활동해 왔는데, <강남스타일> 이 수록된 6집이 발매될 당시인 2012년 7월에 YG Entertainment 의 YouTube 채널 구독자 수는 이미 전세계에 걸쳐 수십만에 달해 있었고, 이 구독자들의 트래픽을 마중물 삼아 그야말로 전지구적인 규모로 viral 이 확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1분 마다 100시간 분량이 넘는 비디오 컨텐츠가 업로드 되는 YouTube 에서 아무런 유저 기반이나 마케팅 활동 없이 컨텐츠의 힘만으로 20억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훌륭한 품질과 안정적인 운용, 그리고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사업의 철학을 공고히 지켜나가는 태도는 비단 IT industry 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에 있어서 성공을 위한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업계에서 종종 맞딱뜨리는, 마케팅과 세일즈 활동을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의 대척점으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마케팅과 세일즈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을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가교와 같은 것이며, 특히 작금과 같은 공급 과잉의 시대에는 더더욱 그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는 마케팅과 세일즈 조직에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목표를 부여하고 공포심을 도구삼아 내부적으로 경쟁을 조장하는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경영진의 존재이지, 마케팅과 세일즈 그 자체가 아니다. 이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Google 또한 그 어느 회사보다 엔지니어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가는 회사이지만, 마케팅과 세일즈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고 엔지니어 못지 않게 많은 수의 마케터와 세일즈맨들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Google 의 세일즈팀이 전통적인 광고업계를 상징하는 Medison Ave. 와 Silicon Valley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야한다는 암묵적인 mission 을 매우 좋아한다.)
whatapp 못지 않게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LINE 의 경우, 지난 해 말 LINE Euro-Americas 대표로 Jeanie Han (LinkedIn Profile) 을 임명했는데, 이 분의 이전 경력이 Paramount Pictures 라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영화라는 컨텐츠를 전 세계로 마케팅하고 배급하는 일과 메시징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일은 어쩌면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일이 아닐까? LINE 이 특정 문화권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글로벌 확장을 이루어 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들이 마케팅과 세일즈의 역할을 제대로 짚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세일즈 하면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마케팅하는 분들께 즐겨 보여드리는 데이터가 있는데, 바로 터키에서의 LINE 관련 검색 트렌드가 그것이다.
‘indir’란 Turkish 로 ‘download’ 라는 뜻인데,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messenger indir’ 의 검색량이 감소 추세인데 비해 ‘LINE indir’ 는 2013년 하반기에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시점에 LINE 이 터키 시장에서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를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터키 사람들이 ‘LINE’ 의 훌륭함을 깨닫고 대동단결하여 ‘LINE’ 을 검색할 리 만무하지 않을까?
언제나 혜안 가득한 저서를 선보이는 Daniel Pink 는 놀랍게도 구태의연한 주제라고 생각했던 ‘세일즈’ 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책을 내 놓았는데, <To sell is human> (바로가기) 이라는 대담한 제목의 책이 그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세일즈’ 라는 개념이 놀라울 정도로 확장되고 있으며, 현대 사회의 모든 활동들은 결국 이 ‘세일즈’ 라는 개념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나는 이러한 주장에 업계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정한 세일즈맨들이 이 시장에 등장할 때가 무르익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연아 선수가 자신의 마지막 쇼트 프로그램의 음악으로 선택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 라는 곡은 Stephen Sondeim 의 뮤지컬 <A Little Night> 에 삽입된 넘버인데, 제목인 “Send in the clowns.” 이라는 문장은 서커스나 공연 중에 무대의 막을 잠시 내리고 관객들의 시선을 돌려야 할 때 ‘어릿광대들을 무대로 올려달라’ 는 뜻으로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이 제목을 이해하고 나서 김연아 선수의 탁월한 선곡에 다시 한 번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 나는 이 문장을 차용하여 우리나라의 Mobile industry, 아니 어쩌면 IT industry 전체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세일즈맨을 보내주오.
Send in the salesm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