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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Brewing Class (1)

* 앞으로 석 달 동안 참가하게 된 수수보리아카데미의 Home Brewing Class 에 대해 기록을 남길 예정입니다. 제 개인적인 강의 노트입니다만, 맥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여 블로그에 공개합니다.

술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를 글로 쓰자면 너무나 긴 얘기가 될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룹니다.) 그래서 그 방법과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는데, 마침 ‘수수보리 아카데미‘ 라는 아주 멋진 이름의 기관에서 제 구미에 딱 맞는 홈브루잉 과정을 개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체없이 등록하였습니다. 제가 등록한 평일반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며 총 석 달 간 12번의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당분간 저에게 목요일 저녁 약속은 없는 셈이지요. 강사는 Macpie Brewing Co. 의 Co-Founder 인 Jason Lindley 이며, 수수보리 아카데미의 조효진 교수님이 진행을 도와 주십니다. 그리고 가끔 Seoul Homebrew 의 Mitchell Nichols 도 강의에 참여한다고 하네요. 홈브루잉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서울의 맥주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당사자들을 함께 만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6월26일(목)에 첫 강의가 있었습니다. 이 날은 맥주양조의 기초 이론을 익히는 시간이었는데,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석 달 간의 긴 여정에 함께 하게 된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는 것이었죠. 서른 명 남짓한 인원이 참석했는데, 어림잡아 80% 정도는 요리사 혹은 바리스타 등 유사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었고, 저처럼 취미 삼아 참석한 사람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 강의를 위해 매주 한 번 부산, 전북 외도 등에서 올라오시는 열정 넘치는 Home brewer 들도 계시더군요. 맥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날 배운 맥주 양조 이론의 기초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보리에 싹을 틔워 맥아(malt) 를 만듭니다. (‘맥아(malt)’는 엄밀히 말하자면 싹 틔운 보리, 즉 ‘malted barley’ 를 말하는 셈입니다.)

2. 적정온도의 물에 맥아를 담가 효소(enzymes)가 맥아의 전분(starches)을 당(sugars)으로 분해하도록 합니다. 즉, 다당류를 단당류로 분해하는 셈인데, 이것은 나중에 효모(yeast) 가 당을 먹고 알코올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효모는 다당류를 먹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당화가 진행된 액체를 ‘맥즙(wort)’ 라고 합니다.

3. 맥즙을 끓이고 홉(hop) 을 투입하여 더 끓여냅니다. 사실 이 과정은 간단히 말하기 어려운데, 맥주의 색, 향, 맛, 질감 등을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맥즙과 홉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블렌딩이라고 할까요? 어느 시점에 어떤 맥즙과 홉(hop)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맥주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끓이는 과정을 통해 홉의 맛을 이끌어 낸 다음, 이것을 빠르게 식히고 여기에 효모(yeast) 를 첨가합니다. 그리고는 발효조를 밀폐(엄밀히 말하면 밀폐는 아닙니다. 효모가 만들어 내는 Co2 는 밖으로 배출해야 하니까요. 다만 외부의 공기나 이물질이 발효조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Airlock 과 같은 장비로 조치합니다.)한 다음 발효과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5. 발효가 완료되면 병입하는 것으로 홈브루잉 과정은 마무리 됩니다.

개념은 아주 간단하죠. 보리에 싹을 틔운 다음, 당화 과정을 통해 효모가 알코올을 만들어 낼 수 있게 준비하고, 그 사이에 홉을 넣어서 맥즙의 단맛과 홉의 쓴 맛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거죠. 충분히 끓여서 맥즙과 홉의 색, 향, 맛, 질감 등을 이끌어 낸 다음 효모가 당을 분해해서 알코올을 만들어 내게 하는 겁니다. 홈브루잉이나 상업양조나 원리는 같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수많은 variation 이 있을 거구요.

참고로 위스키의 경우에는 당화까지는 같은 과정이 진행되지만, 홉이 들어가지 않은 채로 발효된 다음, 증류와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증류를 하는 이유는 효모가 당을 알코올로 분해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물과 알코올의 끓는 점 차이를 이용해서 알코올만 분류해서 더 높은 도수의 술을 얻어내는 겁니다. 알코올의 끓는 점이 물의 그것보다 낮으니 먼저 끓어 나오겠지요. 그걸 따로 모으면 풍미을 머금은 위스키 원액이 만들어 지게 되고, 이것을 오크통 등에 담아서 숙성시키면 그 풍미가 더 깊어지는 겁니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 볼까요? 소주도 위스키와 똑같은 증류주인데,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소주는 희석식 소주입니다.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제가 이해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증류식 소주나 희석식 소주나 곡물을 발아, 당화, 발효시킨 다음 증류과정을 통해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얻어내는 것은 같습니다. 그런데 희석식 소주는 이후에 감미료 등을 넣어서 맛을 더합니다. 왜 이렇게 할까요? 당연히 증류의 결과물 그 자체로는 술의 맛과 풍미가 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희석식 소주를 공격하는 분들이 ‘희석식 소주는 에탄올에다가 물과 감미료를 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냥 에탄올이라고 하는 것은 좀 심한 지적이지만, 원재료에서 비롯되는 맛과 풍미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괜히 저렴한 게 아니란 얘기지요.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의 맛과 풍미를 비교해 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 둘을 얼음 혹은 물에 타서 드셔보는 겁니다. 증류주는 맛과 풍미가 피어오르겠지만, 희석식 소주를 그렇게 드시는 것은 매우 거북스러운 경험이 될 겁니다. 물론 요즘 말로 ‘가성비’ 라는 게 있으니, 선택은 드시는 분의 몫입니다.

다시 맥주 얘기로 돌아오면, 요즘 많은 분들이 맥주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소주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설명 드린 바 처럼, 맥주의 맛과 풍미의 핵심은 홉에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우리나라 맥주들은 어떤가요? 홉 함량이 낮을 뿐 아니라, 다양한 홉으로 다양한 맛을 내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광고를 할 때, 홉이 아니라 물을 내세웠었지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에라도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고 기존의 맥주업계도 이런 흐름에 자극받아 신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는 것은 반길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 진짜 변화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려고 합니다.

스크롤의 압박도 있고 하니,  7월 3일(목) 의 두 번 째 강의, 즉 첫 번 째 실습의 내용은 다음 포스팅으로 넘길까 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그 과정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다만, 당화의 과정을 간소화해서 DME(Dried Molt Extractor) 라는 분말 맥즙을 사용하게 됩니다. 사진과 함께 설명 드리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