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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 Survivor : 우리 사회의 명예율은 무엇인가?

 

전쟁은 하나의 분명한 장르를 형성할 만큼 영화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소재 (혹은 주제) 중 하나이다.  영화가 그 시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지의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 장르의 변천사를 살펴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인데, (미국의 관점에서) 피아와 선악의 구분이 명확했던 20세기의 작품들이 영웅담(<람보>, <코만도>)이나 정치적 메세지(<플래툰>, <지옥의 묵시록>)를 담아내는데 주력한 데 반해, 미국이 패권을 장악한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실화에 기반한 리얼리즘이 전쟁 영화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련이라는 군사적 라이벌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세계의 경찰로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미국에 대한 경계와 우려의 시선들을 헐리우드 자본도 인지했기 때문일까? 이제 람보와 코만도의 작전수행권은 어벤저스에게 이양되었고, 주적은 공산세계 대신 외계인이나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악덕자본으로 바뀌었다. 결국 전쟁 영웅의 무용담이나 정치적 수사를 영화에 담아 낼 여지는 지극히 좁아졌고, 그 대신 헐리우드의 감독들은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미군이 개입하고 있는 현장으로 눈을 돌리기에 이르렀다. 국가 대 국가의 전면전이 아니라, 분쟁 지역에서의 국지전 양상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거시적인 ‘전쟁(war)’ 영화의 자리를 미시적인 ‘전투(battle)’ 영화가 대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극사실주의에 기반한 전투영화의 서막을 연 작품은 누가 뭐라해도 Ridley Scott 의 2001년 작 <Black Hawk Down> 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한 미군과 소말리아 민병대 간에 벌어진 전투를 다루고 있는데, 20세기의 전쟁영화들과는 달리 정치적 수사와 프레임을 제거하고 시가전의 치열하고 처참한 상황에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앵글을 들이댔다는 점에서 전투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Black Hawk Down> 은 작금에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유명하다. Josh Hartnett, Eric Bana에 Ewan McGregor 까지. 게다가 OST 는 거장 Han Zimmer 가 맡았다.) 이렇게 디테일한 묘사가 가능했던 것은 Philadelphia Inquirer 紙 의 Mark Bowden 이라는 저널리스트가 쓴 동명의 원작이 존재했기 때문인데, 이와 유사하게 전투의 세세한 부분까지 담아낸 원작에 기초한 또 한 편의 작품, <Lone Survivor> 가 지난 해 말 세상에 공개되었다.

(스포일러가 될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실화에 기초하고 있고, 제목이 어느 정도 결과를 암시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스토리보다 묘사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음 단락을 쓴다.)

<Lone Survivor> 는 2005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접경 지역인 Zabul 에서 미군에 의해 전개된 Red wing 작전의 실화에 기초하여 만들어 졌다. 당시 미군은 걸프만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던 시기인지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진압을 위해 대규모 병력 투입 대신 요인 암살 위주의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그 중 Osama bin Laden 의 측근 중 한 명인 Ahmad Shah 의 제거를 위해 전개된 작전이 바로 Red wing 이었다. 먼저 투입된 4명의 SEALs 정찰조가 잠복 중에 양치기들과 마주치게 되고 격론 끝에 교전수칙을 준수하여 이들을 풀어주지만 삽시간에 추격해 온 탈레반들의 공격에 맞서다 결국 Marcus Luttrell 하사를 제외한 3명이 전사하였고, 뿐만 아니라 이들을 구조하러 온 8명의 SEALs 대원들과 8명의 160th SOAR – ‘Night Stalkers’ 라고도 한다 – 들이 탄 Chinook 헬기마저 로켓포에 격추되어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전사자 중에는 한국계 James Suh 병장도 포함되어 있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만리타국에서 영면에 든 그의 명복을 빈다.)

장르적으로 보자면, 이 영화는 전투영화 중에서도 산악전의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메마른 바위가 곳곳에 드러난 험준한 지형 – 실제 촬영은 뉴멕시코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 에서의 전투 장면은 극도의 사실감을 성취하고 있으며, 특히 두 번에 걸친 절벽 다이빙 장면은 절묘한 앵글과 속도감으로 마치 내 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느낌마저 전달한다. 이처럼 완성도 높은 표현만으로도 이 영화는 전투영화의 역사에 그 이름을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묘하게도 <최종병기 활> 을 떠올렸는데, 비록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전혀 다르지만, 장르로만 놓고 보자면 두 영화가 ‘산악전 영화’로 함께 엮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역설적이게도 이 영화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서사적인 부분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이 영화를 권해 드리고 싶다. 심지어 그 서사는 영화 중에는 등장하지 않고, 엔딩 크레딧에 이르러서야 그 실마리를 풀어낸다.

스크린샷 2014-05-06 오후 4.01.07

Red wing 작전의 외로운 생존자(lone survivor)인 Marcus 는 한 부족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 부족은 이방인인 Marcus 를 지켜주느라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큰 희생을 치르게 되는데,  그 부족이 목숨을 건 일전을 불사하며 이방인을 지켜준 것은 그들이 2천 여 년 동안 지켜 온 명예율(Code of honor)인 ‘Pashtunwali’ , 즉 적에게 쫓기는 사람은 어떤 댓가를 치르고서라도 지켜주어야 한다는 원칙과 전통 때문이었다. (사실 ‘Pashtunwali‘ 란 ‘Pashtun 사람들의 법’ 이라는, 훨씬 넓은 의미의 단어이다. 이 중에서 ‘hospitality’, 즉 손님들에 대한 차별없는 호의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슬람의 관용을 생각한다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고백컨대, 엔딩 크레딧에 이 자막이 올라가기 전까지 나는 그 부족의 호의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저 대목도 실화일까? 재미를 위해 각색한 부분이 아닐까? 어떻게 생면부지의 미군을 위해 같은 종족과 목숨을 건 일전을 벌일 수 있을까? 감독이 자막을 이용한 심정을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 서사를 납득시킬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높이 평가하는 반면, 오랜 세월동안 살아남은 것에 대한 존중은 가벼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물질이건 제도이건 혹은 정신이건, 오랜 세월을 견디어 낸 모든 것은 존중받을 마땅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위험에 처한 손님을 목숨 걸고 지켜주는 불문율을 2천년이 넘도록 명예롭게 지켜가는 마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지난 4월의 참사를 겪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과연 우리 사회의 명예율은 무엇일까? 시대를 거슬러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의 명예율은 과연 어떤 것일까?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가치가 존재하기나 하는걸까?

회의에 가득 찬 자문에 희망 섞인 답을 내 놓을 수 있기를. 우리 모두의 마음으로 그리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덧,

<Loan Survivor> 중 Patton 하사의 신고식에 등장하는 Speech. SEALs 대원들의 Mission Statement 라고나 할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씌여진, 기업의 고리타분한 그것과는 달리, 팀원들끼리 정체성과 동질감을 고무하는 날것의 느낌.

Been around the world twice. Talked to everyone once. Seen two whales fuck, been to three world fairs. And I met an old man in Thailand with a wooden cock. Pushed more peter, more sweeter and more completer than any other peter pusher around. I’m a hard bodied, hairy chested, rootin’ tootin’ shootin’, parachutin’ demolition double cap crimpin’ frogman. There ain’t nothin’ I can’t do. No sky too high, no sea too rough, no muff too tough. Been a lot of lessons in my life. Never shoot a large caliber man with a small caliber bullet. Drove all kinds of trucks. 2by’s, 4by’s , 6by’s and those big mother fuckers that go ‘Shhh Shhh’ and bend in the middle. Anything in life worth doing is worth overdoing. Moderation is for cowards. I’m a lover, I’m a fighter, I’m a UDT Navy SEAL diver. I’ll wine, dine, intertwine, and sneak out the back door when the refueling is done. So if you’re feeling froggy, then you better jump, because this frogman’s been there, done that and is going back for more. Cheers boys.

세상을 두 바퀴 돌고 모두를 만나봤지. 고래의 교미와 박람회도 봤네. 태국에서는 나무로 된 고추도 봤지. 어떤 사내놈보다 새끈하고 화끈하게 여자 맛도 봤지. 난 온 세상 전장을 누비는 식스팩, 털북숭이. 사격왕, 유격왕, 바다 사나이. 불가능 따윈 없어. 하늘도 바다도 두렵지 않아. 인생도 알만큼 알아. 강한 적은 소총으로 상대 안 하지. 온갖 트럭도 다 몰아봤지. 2륜, 4륜, 6륜 구동. 브레이크를 밟을 땐 크쉬크쉬 소릴 내는 괴물 차도 몰아봤지. 할 일은 화끈하게 몸 사리면 겁쟁이지. 난 연인, 난 용사. 난 UDT 네이비씰 다이버. 마시고 먹고 사랑하고 주둔지에서 여자 깨나 꼬셔봤지. 유감 있으면 덤벼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었으니까.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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