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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reless Music System 의 신호탄, Naim Mu-so

워낙 훌륭한 gadget review 들이 많은지라 굳이 내 얕은 취향과 지식으로 사족을 달지 않는 편이지만, 최근에 구입한 Naim Mu-so 의 경우에는 주위에 눈독 들이고 계신 분들이 제법 계신지라 며칠 간의 느낌을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얼마 전까지 audioengine A2 (지금은 A2+ 가 시중에 판매 중이다.) 와 D1 (DAC : 디지털 소스를 아날로그로 변환해 주는 컨버터) 의 조합으로 Apple 의 Airplay 를 즐겨 이용해 왔는데, 이번에 집을 옮기게 되면서 새로운 옵션을 찾던 중 눈에 띈 것이 바로 Naim 의 Mu-so 라는 모델이었다.

(audioengine A2+ 와 D1. 개인적으로 이 정도 조합이면 디지털 음원을 데스크탑으로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기준은 단순했다. 첫째, 올인원 시스템일 것. 둘째, Apple 의 AirPlay 가 편리하게 지원될 것. 셋째, 거실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출력과 음장. 넷째, 미니멀한 디자인. 다섯째, 음역대를 가리지 않는 균형감. (물론, 가격은 당연한 제약 요인이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모델은 흔치 않았다. B&W 의 Zeppelin 이나 Geneva Lab 의 Model L 정도가 간간히 눈에 밟혔었지만 iPhone 의 도킹 단자가 바뀌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어서인지 왠지 모르게 조로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찬연하게 빛나던 하나의 모델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B&O 의 Beoplay A9 되시겠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디자인. 완벽하게 지원하는 AirPlay. 5개의 드라이버 유닛 – 쉽게 말해, 저 하나의 커버 안에 5개의 스피커가 들어있는 셈 – 에 총 480W의 출력. 유일한 흠이라면 339만원에 달하는 가격. 그런데 운 좋게도 중고나라에서 박스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을 220만원에 판매하겠다는 분을 발견해서 구매하기로 약속까지 잡았는데 당일날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하는 봉변을 당했다. 원래 지인의 물건인데 지인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궁색한 변명과 함께.

하지만 그리 머지않아 이렇게 상처입은 내 마음을 단숨에 치유해 준 귀인, 아니 귀 모델이 나타났으니, 그것이 바로 Naim 의 Mu-so 였다. 사실 이전까지 내가 Naim 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창업자인 Julian Vereker 가 카 레이서 출신이며, 독학으로 음향기기 제작을 익혔다는 것, 그리고 Naim 이 Bentley 의 카 오디오를 만든다는 스토리 정도였다. 그런데 이 브랜드에서 지난 해 4월, 첫 번 째 Wireless music system 인 Mu-so 를 출시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Daddy Geek 의 Mu-so Unboxing 영상 in YouTube

나는 이 제품의 국내 출시 소식을 온라인을 통해 접하고서는 청음이 가능한 청담동의 소리샵 매장인 ‘셰에라자데’ 를 방문하였다. 최근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모델이라 그런지 청음실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고 나는 내 iPhone6 에 저장된 몇 가지의 음원으로 사운드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판매하시는 분께는 짐짓 고민하는 척 했으나 사실 나는 그 자리에서 구매를 결심하고 말았다. 사실 며칠 뒤에 영국 출장이 예정되어 있어 현지에서 구매해 올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직접 들고 올 수고와 세금을 감안했을 때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던 지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Mu-so 에 대한 평은 전문가들의 review – 개인적으로 WIRED’s Top Picks from CES 2015 에 Mu-so 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 에 맡기고 나는 내 기준과 경험에 비추어 이 제품에 대한 소감을 말해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이 제품의 미덕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단연 ‘간결함’ 이라고 할 수 있다.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온전히 Wireless 로 음악을 즐기는 데에만 집중한 덕분에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도 대단히 간결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전원 케이블만 잘라버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드웨어의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아름답다. 사실 웹상에서 이미지로만 보자면 별 매력없는 직육면체 스피커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실물의 소재감은 그 완성도가 상당하다. 이 제품이 iPhone 과의 조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Steve Jobs 마저도 흡족해 했을 디자인이라 할 만 하다. 또한 이 디자인은 단지 외관상의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경험마저도 우아하게 만들어 준다. 나는 일주일 째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피곤하거나 귀찮은 동작을 취해 본 적이 없다. 기능미 측면에서도 남다르다는 뜻이다.

muso

(iPhone 6 Space Grey 와는 마치 원래 한 쌍이었던 것처럼 잘 어울린다.)

자, 다시 나의 구매 기준으로 돌아가 보자. 첫째, 올인원 시스템일 것. 이 제품은 Naim 에서 명명한 바와 같이 Wireless music system 이다. 즉, 소스 기기+앰프+스피커, 이 모두가 하나의 디바이스로 해결된다는 뜻이다. 사실 다양한 조합을 경험해 본 오디오 매니아가 아니고서야 소스 기기+앰프+스피커를 개별 조합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잘 완결되어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며, Naim 이 Bentley 의 카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둘째, Apple 의 AirPlay 가 편리하게 지원될 것.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연결이 쉽고 매끄러운 것은 물론, 디바이스의 콘트롤 패널, 리모컨은 물론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모든 콘트롤이 가능하다. AirPlay 뿐만 아니라 Bluetooth는 물론, UPnP에 Spotify 까지, 가히 모든 Wireless 음원을 매끄럽게 지원한다고 할 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AirPlay 이외에 인터넷 라디오도 즐겨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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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o 의 m.app 홈 화면. Apple App store 와 Google Play 모두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이 app 을 사용하면서 머지 않아 가정의 많은 디바이스들을 m.app 으로 콘트롤 하는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었다.)

셋째, 거실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출력과 음장. 유닛과 출력만으로 사운드의 모든 것을 이야기 할 수 없지만, B&O Beoplay A9 과 비교해 보자면, 6개의 유닛에 450W 의 출력은 두 모델의 가격차(국내 공식가격 기준으로 140만원 차이) 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 모델이 AirPlay 등 Wireless 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가끔 과거의 iPhone 도킹 스피커나 블루투스 스피커와 비교해서 성능이 어떠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 Beoplay A9 과 Mu-so 는 그러한 모델들과는 카테고리 자체가 다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위 ‘막귀’로 듣는다 하더라도 두 체급 사이의 사운드 격차는 양적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어지간한 가정의 거실은 채우고도 남음이 있을 사운드이니 기존의 도킹 스피커는 잊으시길. (참고로 B&W 의 Zeppelin Air 가 150W, B&O 의 Beoplay A8 이 105W 의 출력을 보여준다.) 넷째, 미니멀한 디자인. 이미 앞서 언급한 바 있고, 이 모델의 미려함은 직접 보고 느끼시는 편이 낫다. 나는 셰에라자데에 진열되어 있던 스탠드까지 함께 구매했는데 TV 스탠드나 선반에 애매하게 얹어두는 것 보다는 별도의 스탠드와 함께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두는 편이 이 모델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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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음역대를 가리지 않는 균형감. 나는 비록 사운드나 오디오에 대해서 평을 할만한 경험이나 식견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장르의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는 취향 때문에 치우침 없고 고른 소리를 들려주는 점만큼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셰에라자데에서 청음했을 때 선택한 음원이 Kendrick Lamar 와 Keith Jarrett 이었는데 양쪽 모두 만족스러웠다. 오늘도 아침엔 Kasabian 을 듣고 저녁엔 Vivaldi, The four seasons, recomposed by Max Richter 를 들었다. 이 정도 스펙트럼이면 제법 괜찮지 않나 싶다.

종합적으로 만족스러운 제품인지라 결과적으로 호평일색의 review 를 남기게 되었지만, 일부러 흠을 잡고 싶어도 불만스러운 부분이 딱히 없으니 나로써도 어쩔 도리가 없다. 감히 예견하건대, 앞으로 Mu-so 를 신호탄으로 Wireless music system 라는 제품군에 새로운 도전자들이 속속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디지털을 단순히 아날로그에 비해 열등한 음원으로 치부하기에는 (CD 가 LP 에 대해 그러하였듯) 우린 너무 멀리 와 버렸으니까. 기왕에 올거라면 제대로 오는 것도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Mu-so 가 바로 그런 제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