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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Branding 에 관한 小考

당대의 불문학자이자 시대의 ‘어른’ 이라 할만 한 황현산 선생님의 산문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하곤 생각에 잠겨 글을 쓴다.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서울에서 부지불식간에 고개를 돌려야 할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염상섭이 살던 집과 현진건의 마지막 집필집은 무사한가. 이태준의 수연산방에서는 아직도 차를 팔고 있는가. 문필가들과 마찬가지로 건축가들도 관심을 가졌을 이상의 집터는 지금 누구의 소유일까. 그리고 또, 그리고 또.

 바닷가의 갯바위에는 이상한 이끼가 있다. 썰물일 때 뜨거운 햇볕 아래서는 줄기와 뿌리가 죽어 있는 마른풀처럼 보이지만, 밀려온 바닷물에 다시 적시면 순식간에 푸른 풀처럼 살아난다. 지금 서울시는 서울을 디자인하느라고 바쁘다. 그 디자인이 기억의 땅을 백지로 만들고 통속적인 그림을 그려넣는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마른 기억의 이끼를 싱싱한 풀로 일으켜 세우는 밀물이길 바란다.’     2010, 황현산, ‘기억과 장소’, <밤이 선생이다> 中

이 글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디자인 서울’ 을 기치로 내걸고 일련의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즈음에 쓰여졌다. 세빛둥둥섬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한창 지어지고 있던 바로 그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가 추진한 디자인 사업들은 황 선생님의 바램처럼 ‘마른 기억의 이끼를 싱싱한 풀로 일으켜 세우는 밀물’ 이 되지는 못한 듯 싶다 .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박원순 시장이 민선 6기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었고, 많은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 중에 내 눈에 자주 띄는 것이 바로 ‘서울브랜드‘ 사업인데,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서울시의 브랜드를 정립하고자 하는 시도가 열린 시정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한데다 기업들의 디지털 마케팅을 돕고 있는 나의 직업과도 무관하지 않은터라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이 사업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며, 시민 투표 등을 통해 서울시의 브랜드 슬로건을 선정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현재 후보작으로 올라와 있는 브랜드 슬로건은 다음 세 가지이다.

  • I.SEOUL.YOU – 나와 너의 서울
  • 서울은 진행형 – seouling
  • SEOULMATE – 나의 친구 서울

세 슬로건 모두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고 디자인 관점에서도 재기발랄한 표현이라 할 만 하다. 그런데 이 슬로건들이 담아내고자 했던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서울의 정체성, 즉 서울다움을 나타내는 세 가지 대표 키워드인 ‘공존, 열정, 여유’ 라고 한다.

나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상경했기 때문에 이제 만 17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다. 군 복무, 직장 생활 등을 위해 부산에서 거주했던 6년 간을 제외하고도 10년 이상 서울에 거주한 셈이다. 내 정체성은 변함없는 ‘부산사람’ 이지만, 물리적으로 서울에서 거주한 시간을 감안한다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가치에 대해서 경험에 근거한 의견을 피력하기에 충분한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여 감히 말하건대, ‘공존, 열정, 여유’ 는 서울다움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공존.

강남구청장은 최근 ‘서울시장님께 드리는 공개질문’을 통해 한전부지 개발 사전 협상에 강남구를 배제하는 이유를 물으면서 “이럴 바에 서울시는 차라리 가칭 ‘강남특별자치구’ 설치를 중앙에 건의해 아예 강남구를 서울시에서 추방시키실 용의는 없으십니까?” 지에 대해 대답을 요구했다. 뿐인가? 자신의 아이들을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보낼 수 없다며 학교 배정을 철회해 달라는 시위가 벌어지는 곳이 서울이라는 도시이다.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도시가 공존의 공간인지, 분열의 공간인지.

열정.

‘헬조선’ 이라는 절망적이고도 자조적인 단어가 작금의 대한민국을 드러내는 키워드일진대, 그 ‘헬조선’의 수도인 서울이 과연 ‘열정’ 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울 수 있을까? 2002년 월드컵 당시 온 도시를 물들였던 붉은 열정의 끄트머리라도 잡고 싶은 것일까? 세대를 막론하고 희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이 도시에서 ‘열정’ 을 내세우는 건 어디에서 비롯된 자신감일까?

여유.

언어에도 효율성이라는 것이 있다면, ‘여유’ 라는 것이 서울이라는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것에 대해 설명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각박하기 그지 없는 Busy city, 저녁이 없는 삶, 24시간 편의점, 업무와 관련된 메일의 제목마다 붙어있는 ‘급’ 이라는 Header. 육사 시인이 살아계셨다면 그가 노래했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서릿발 칼날진 그 위’ 가 바로 이 나라의 수도라는 사실에 통탄하시지 않았을까?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나 또한 기업에 있으면서 corporate culture & value 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도 있다. 무릇 도시이든 기업이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동체에는 좋은 모습과 좋지 않은 모습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모두가 함께 바라는 이상을 추려 오롯이 담아내고 공유함으로써 같은 방향으로 손잡고 나아가는 경험을 구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또한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박았을 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일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공동체의 구성원조차 동의하지 못하고 자조한다면 그것을 아무리 멋들어진 브랜드 패키지로 포장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외국에서 서울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티셔츠와 머그컵 몇 잔 팔기 위한 디자인에 그치지 않는다면, 이런 지난한 과정이야말로 전시행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corporate culture & value 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국내 30대 기업의 핵심가치와 슬로건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다양한 배경과 업종의 기업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30대 기업의 핵심가치 중 80% 가 단 4가지의 키워드로 채워져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도전’, ‘열정’, ‘신뢰’, ‘전문성’ 같은 단어들이었다. 만약 서울시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들이 브랜드를 정립한다면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현실을 용기있게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담아내고자 하는 고통스럽고도 치열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공존, 열정, 여유’ 와 같은 아름다운 키워드들만이 그 자리를 차지한 채 서울시민들의 삶과 유리되고 말 것이다.

황현산 선생님의 글을 작금의 상황에 맞추어 수미쌍관하고 글을 맺는다.

 ‘지금 서울시는 서울을 브랜딩하느라고 바쁘다. 그 브랜딩이 기억의 땅을 백지로 만들고 통속적인 그림을 그려넣는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마른 기억의 이끼를 싱싱한 풀로 일으켜 세우는 밀물이길 바란다.’


몰입하거나 혹은 분노하거나

월드컵, 총성없는 전쟁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씩 돌아오는 총성 없는 전쟁과도 같다. 그리고 그 전쟁은 약 7,000 제곱미터 남짓한 pitch 뿐만 아니라 그 밖에서도 벌어지는데, 무려 22억명(2010 남아공 월드컵 경기를 20분 이상 TV로 시청한 사람의 숫자. 출처 :  FIFA) 이 넘는 전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브랜드들의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스포츠 브랜드들은 월드컵 캠페인에 가히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시켜 왔으며, 2014 브라질 월드컵의 개막을 두 달 여 앞둔 지난 4월 1일, Nike 가 드디어 ‘Risk Everyhing’ 이라는 슬로건의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riskeverything

‘Risk Everything’ YouTube 영상 바로가기 (Click Here)

 

 ‘Risk Everything’, 1분 14초의 마법

이 캠페인의 메세지는 간결하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최고의 수퍼스타라고 할 수 있는 Cristiano Ronaldo, Wayne Rooney, Neymar Jr., 세 선수가 경기장으로 입장하기까지의 긴장된 발걸음을 담담히 담아내었을 뿐. 하지만, 이 1분 14초 길이의 캠페인 영상을 보기 전과 보고난 후 당신의 심장 박동 수는 분명 달라져 있을텐데, 그것은 바로 이 영상이 선수들과 팬들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팬들로 하여금 선수들이 느낄 중압감에 스스로를 이입시키게끔 정교하게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앵글은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고, 메트로놈처럼 또각거리는 발걸음 소리는 시나브로 빨라져가고 있으며, 선수들이 용수철처럼 pitch 로 뛰쳐 나가는 바로 그 순간에 ‘Pressure shapes legends. Risk everything.’ 이라는 슬로건이 등장한다. 어떤가? 이 1분 14초의 짧은 경험동안 당신은 비판 어린 눈초리로 승리를 종용하는 극성맞은 팬에서 선수들의 중압감을 함께 짊어진 존재로 변모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d Sun ~!!!

 

묘한 Contrast, 김연아와 대한민국

Nike 의 멋진 캠페인을 보면서 나의 뇌리 속에 비슷한듯 전혀 다른 한 편의 광고가 떠올랐다. 지난 Sochi 올림픽 때 국내 모 브랜드에서 전개했던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한 광고였는데, 이 광고는 팬들에게 엄청난 반감(관련 기사)을 불러일으킨 채 조기에 종료되고 말았다.

김연아

* 사진 출처 : Tistory blog

Nike 의 월드컵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이 광고 역시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과 중압감을 담아내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을 지적하고 있지만, 결국은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강요하는 메세지가 팬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로 수렴하고 있으며, 나 역시 이런 견해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과연 그 이유가 전부일까?

 

인칭과 시점의 문제

모든 이야기에는 ‘인칭’ 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주지하다시피,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인칭’ 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으며, 적절한 ‘인칭’ 과 ‘시점’ 을 선택하는 것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Nike 의 캠페인은 전형적인 1인칭 시점의 이야기이다. 세 명의 수퍼스타들을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인 한 개인으로 치환시키기 위한 선택이리라. Nike 의 과거 캠페인, 예를 들어 Eric Cantona 가 등장하는 ‘Match in hell‘ 을 보면 이번 캠페인과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을텐데, 이것은 마치 ‘Dark Knight’ 전후의 ‘Batman’ 시리즈를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가져다 주며, 이러한 1인칭 시점은 팬들로 하여금 수퍼스타와 수퍼히어로의 활약을 박수치며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내면으로 함께 침잠하는 경험을 가능케 한다. 또 한 가지 Nike 캠페인에 가산점을 주고 싶은 이유는 이 캠페인이 1인칭과 2인칭의 묘한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고 있다는 점인데,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카메라의 앵글들이 마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수퍼스타의 바로 옆에 서 있는 팀 동료로 느끼게 함으로써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전지적 시점의 나쁜 예

반면, 김연아 선수 광고의 경우 전형적인 전지적 시점을 견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신의 계시, 절대자의 목소리처럼 ‘너는 대한민국이다’ 라고 웅변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점과 서술로 인해 보는 사람과 김연아 선수와의 거리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져 버렸다고 할 수 있다.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이후, 김연아 선수의 복귀를 놓고 많은 논쟁이 있었고, 이런 어려움을 딛고 출전한 김연아 선수에게 많은 팬들이 안쓰러움과 미안함마저 갖고 있던 상황에서 전지적 시점을 채택한 것이 이 광고의 결정적 패착이 아니었다 싶다. (사실 최근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이런 전지적 시점의 접근이 역효과를 불어일으킨 경우는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최연혜 철도청장의 ‘어머니의 마음’ 발언인데, 이 발언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하기는 커녕 대단히 월권적인 뉘앙스로 전달되면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보다 분노를 초래한 바 있다.)

 

 광고와 컨텐트, 희미하지만 분명한 경계

‘광고보다 컨텐트’ 라는 것이 업계의 화두가 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 둘 사이의 희미한 경계 어딘가 쯤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경계를 규정하는 수많은 기준들이 있겠지만, Nike 와 국내 모 브랜드의 사례를 나란히 놓고 보면서 결국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어디에 두게끔 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명한 협상전문가인 Jack Nasher 는 <Deal> 이라는 저서를 통해 ‘멋진 전지가위를 팔아요.’ 라고 말하기 보다는 ‘당신의 정원에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이 있어요.’ 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말한 바 있다. 보는 사람과 이야기의 화자를 가깝고 나란히 둘 것인가, 혹은 더욱 멀리하여 소원하게 만들 것인가? 광고와 캠페인을 제작한다면 한 번 쯤 곱씹어 볼 일이다.


Quo Vadis, KPI !!

지난 3월 20일, ‘Think 2014 with Google’ 이 1,000 명에 가까운 참석자들을 모신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 컨퍼런스는 디지털 마케팅 생태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場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매년 최고의 Creative Director(이하 ‘CD’) 를 Keynote 연사로 모시고 있으며 지난 해 박웅현 TBWA Executive Creative Director(이하 ‘ECD’) 의 뒤를 이어 올해는 김정아 이노션 월드와이드 ECD 께서 자리를 빛내 주셨다. 나는 올해 이 컨퍼런스의 사회를 맡아 이 분을 직접 소개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고, 이 날의 스피치 첫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라 표현을 정확하게 옮기지 못하는 점,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널리 양해를 구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어서 연인이 되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난 이 사람과 한 달에 10번의 데이트를 하고, 30번 손을 잡으며,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50번 외치게 하고야 말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눈치가 빠른 분이라면 아마 김정아 ECD 가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금새 알아채셨을 것이다. 10번의 데이트, 30번의 스킨십, 그리고 50번의 외침은 곧 조회 수, ‘좋아요’, ‘공유하기’ 같은 소위 디지털 마케팅의 KPI 에 대한 은유이다. 마케팅 혹은 브랜딩이라는 것은 결국 고객의 사랑을 얻기 위한 활동인데, 우리는 어쩌면 사랑의 본질 그 자체는 도외시 한 채 그 흔적의 정량적 수치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날카롭게 일갈하는 메세지였다. 과연 당대 최고의 CD 다운 면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KPI 가 무엇인가? Wikipedia 에 따르면, ‘A performance indicator or key performance indicator (KPI)  is a type of performance measurement. An organization may use KPIs to evaluate its success, or to evaluate the success of a particular activity in which it is engaged.’ 라고 기술되어 있다. 이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KPI 란 성공 또는 성공과 연관된 특정한 활동의 성공을 평가하고 측정하는 ‘지표’이며, 성공 혹은 실패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김정아 ECD 의 날카로운 은유로 돌아가 보자. 누군가의 마음을 얻어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면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외치게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보다 데이트와 스킨십의 횟수에 집착한다면 사랑은 커녕 혐오와 거부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평범한 진리이다. 그럼 이제 불편한 질문을 던져 보자. KPI 를 쫓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는 고객에게 집착하는 스토커인가?

CJ의 도준웅 CDO(Chief Digital Officer) 가 쓴 <디지털 시대 새로운 마케팅의 탄생, COD> 를 보면 이 스토킹에 대한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묘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페이스북 유저에 비해 168% 나 댓글을 더 달고 있다”는 발표였다. 이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과 상호작용(Interaction)이 더 활발하다” 고 해석하는 것을 듣고 어이없는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페이스북 유저가 미국 유저에 비해 댓글을 많이 다는 중요한 이유는 기업들이 페이스북을 운영하면서 ‘댓글 달기 이벤트’ 를 많이 벌이기 때문이다.” – 도준웅 저, <디지털 시대 새로운 마케팅의 탄생, COD> 중 발췌.

나 역시 몇몇 관심있는 브랜드의 소셜 계정들을 ‘follow’ 또는 ‘like’ 하고 있지만, 매일 아침 출근길 마다 이 계정들이 보내오는 메세지에 아연실색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기업의 소셜 계정이 도대체 왜 고객들에게 “오늘 점심은 자장면이 좋을까요, 짬뽕이 좋을까요?” 라는 걸 물어보고 댓글을 달게 하며 게다가 그 중 일부에게는 커피 상품권을 증정하기까지 하는걸까? 이 기업은 중식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시시콜콜한 질문과 시시콜콜한 경품으로 시시콜콜한 댓글을 유도하는 행태가 타임라인과 뉴스피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렇게 해서 수많은 댓글과 ‘좋아요’ 을 얻었다고 치자. 그것이 과연 고객의 관심과 사랑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한정된 예산으로 KPI 를 달성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이글을 읽을 필요가 없겠다.

한겨레 신문의 보도를 통해서 ‘영혼없는 KPI’ 의 실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실제 영국에서 제작된 만화영화 <미스터 빌리 : 하일랜드의 수호자>는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개봉되고 흥행에 참패했지만, 페이스북 ‘좋아요’는 6만5000개로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보다 많았을 뿐 아니라 ‘좋아요’ 클릭은 개봉도 되지 않은 이집트와 방글라데시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런 아연실색할 일들은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임금 국가의 ‘클릭 공장(Click Farm)’ 을 통해 벌어지는데, 영국 Channel 4 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인 ‘Dispatches’ (한국의 연예 보도 매체인 ‘디스패치’ 와 이름이 같다) 에서는 ‘Wrong Direction’ 이라는 이름의 가짜 보이밴드를 만들고 이들을 홍보하는 과정을 통해 Click Farm 의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Dispatches : Celebs, Brands and Fake Fans (YouTube 영상 바로가기)

KPI 의 존재의미를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특히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보상하는 것은 연애와 달리 비즈니스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경영자가 별을 보지 못하고 별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만 바라본다면 기업은 매우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어느 기업이 디지털 마케팅에 있어 각종 KPI 등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이벤트를 벌이고 경품을 내걸며 기껏해야 체리피커에 지나지 않을 사람들로부터 환심을 샀을 수 있다. 그런데 KPI 로 확인된 수치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의 비즈니스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경영자는 그 KPI의 이면을 뜯어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KPI 의 Goal 이 너무 낮게 설정된 것이 아니냐며 더 과도한 목표를 부여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실무자들은 Click Farm 과 같은 부정한 방법을 통해 기업의 소중한 자원을 영혼없는 KPI 와 맞바꾸기에 이른다. 이쯤되면 그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회복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Click Farm 이 먼 나라의 일이고, 너무나 극단적인 예시라고 생각한다면 작금에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를 언급해 보겠다. 최근에 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서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스크린샷을 수 차례 목격했는데, 본문의 내용만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저희 업체는 블로그 마케팅을 하는 회사입니다. 마케팅 용도로 블로그를 구매하고 있는데요. 혹시 블로그 판매 의사가 있으신가요? 괜찮으시다면 저희 회사에서 00 만원에 블로그를 아이디까지 함께 구매하고 싶습니다. (중략) 매입 대상 블로그는 글 수=40개 이상(스크랩글은 제외입니다.) 운영한 지 한 달 반 이상입니다.”

이것이 현실이다. 저런 얼치기 사기꾼 같은 업체가 횡행하고 있는 이면에 얼마나 많은 수요자들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안이 오가는 자체가 이미 시장의 존재를 증거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힘이 저런 말도 안되는 일에 쓰이지 않기를, 그리고 디지털 마케팅 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의 상식이 온전히 살아 숨쉬기를 바랄 따름이다.

단언컨대, 브랜딩과 커뮤니케이션은 ‘6 Sigma’ 라는 이름으로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는 생산공정처럼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브랜딩과 커뮤니케이션은 고객과의 상호작용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거듭 김정아 ECD 의 레토릭을 빌게 되지만, ‘영혼없는 KPI’ 로부터 눈을 돌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듯 세심하게 살피고 진심으로 이야기 해야한다. 물론 이것이 어려운 일임을 잘 안다. 그리고 가장 큰 장벽은 다름아닌 광고주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에서부터 광고부서를 거쳐 에이전시에까지 이르는 긴 preocess line 의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위에서 아래로 잘게 쪼개진 KPI 를 전달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 즉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line 구성원 전체가 집중하지 않는다면 ‘영혼없는 KPI’ 에 브랜드의 영혼을 팔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결코 끊을 수 없을 것이다. 환언컨대, 확고한 철학을 갖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선한 기업에게 희망을 걸 수 밖에 없겠다.

현실은 어둡고 절망적이지만, 결국은 옳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담은 라틴어 문구로 글을 맺는다.

Quo Vadis, KPI !!


Spray and Pray

 Spray and pray is a derisive term for firing an automatic firearm towards an enemy in long bursts, without making an effort to line up each shot or burst of shots. This is especially prevalent amongst those without benefit of proper training. It differs from suppressive fire as the shooting is sloppily directed. This term does not apply to appropriately focused fully automatic fire or true suppressive fire, which is standard practice for a properly trained combatant. – Wikipedia

Spray and pray. 실로 멋진 각운이다. ‘pray’ 가 겹치면서도 그 뜻이 절묘하게 하나의 맥락을 이루니 말이다. 읽자마자 느낌이 강하고 적확하게 전달되지 않는가? 구어체로 어감을 살려 보자면,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뿌리고 보자. 잘 되기를 바라는 수 밖에.” 라고나 할까. 나는 eMarketer 의 <Mobile Ad  Targeting : After Years of ‘Spray and Pray,’ Signs of Sophistication Appear> 라는 글의 제목을 보자마자 이 절묘한 표현에 매료되었다. 이 세상의 소중한 자원들이 신중한 고려 없이, 혹은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의 끝에 결국은 의미없이 살포되고 증발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 표현을 접하고 내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4대강 사업’ 이었다. 20조원이 넘는 자금을 이리도 허무하게 ‘Spray’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 돈을 ‘Spray’ 한 사람들이 무엇을 ‘Pray’ 했는지도 솔직히 의문이다.) 연간 10조원(출처 : 제일기획&한화투자증권) 의 규모에 달하는 대한민국 광고시장은 과연 이 방대한 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있을까? 말 그대로, 광고를 ‘Spray’ 한 다음, ‘Pray’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업계에 몸담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이 그리 쉬운 길을 선택할 리가 없다고 믿지만, 생각해 볼 여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Audience 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광고는 곧 광고주와 고객 사이의 Communication 이다. 그렇다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고객들이 존재하는 곳에 광고를 전달해야 한다. 고객이 어디에서 시간을 소비하는지 고려하지 않은 채, “적당히 여기서 이만큼 떠들어 대면 다 들리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Spray and pray’ 의 전형이다. 그럼 과연 고객들은 어디에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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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일 HS애드가 TV·PC·모바일 동시 사용자 1000명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조사한 ‘3스크린 통합 미디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는 모바일 기기를 하루 평균 3시간 34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TV는 3시간, PC는 48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모바일 기기가 최대 미디어 소비 채널로 자리잡았다. 상식대로라면 미디어별 소비시간과 광고비의 집행규모는 비례해야 한다. 그러나 2014년 매체별 광고비 집행 비율 예상치를 보면 방송 35.1%, 인쇄 18.4%, 인터넷 21.3%, 모바일 6.8%, 옥외 9.1%, 기타 9.1% (출처 : 제일기획&한화투자증권) 로 나타나 소비시간의 구성과는 한참 동떨어진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그 간극이 훨씬 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TV 시청자의 50.8 % 가 50대 이상이며,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사이에 TV 시청률이 20대의 경우 39.7%, 30대의 경우 27.2% 나 감소했다. 이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브랜드는 과연 어디로 향해야 할까? 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미디어의 특성이나 광고의 효과성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때, 미디어별 소비시간과 광고비 집행규모가 정확히 일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행태가 변화하는 속도에 비해 광고주와 광고업계가 이를 따라잡는 속도는 현저히 느린 것이 사실이다.  이 둘 사이에 거대한 지체 현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소비자들의 행태 변화는 손바닥 뒤집듯 쉽게 이루어지지만, 업계의 관성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TV 로 드라마를 보던 고객이 모바일로 YouTube 를 즐기기로 마음먹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TV에 광고를 내보내던 광고주가 모바일에 관심을 갖고 예산을 조정하며 에이전시에서 모바일의 특성에 맞는 광고를 제작한 다음 적절한 미디어를 선택하는 일은 결코 일사불란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실무자들의 반론과 이유들을 수십 가지 정도 나열할 수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핵심은 단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고객보다 경영진의 반응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둘째, 모든 계획을 Zero base 에서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해의 예산과 계획을 바탕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 이 두 가지 이유가 업계의 관성을 더욱 무겁게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2. 얼마나 Spray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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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rce : http://www.generationzmanagement.com/

KANO Curve 라고 하는 유명한 그래프가 있다. 충족-결핍, 만족-불만족의 상관관계에 따라 세 가지의 형태를 구분한 그래프인데, 쉽게 말해서 ‘Must Be’ 는 결핍되면 불만족이 심각해 지지만, 많다고 해서 만족이 늘어나지는 않는 류, 즉 공기나 물 같은 것에 해당하고, ‘Performance’ 는 만족 여부와 충족 여부가 비례하는 류에 해당하며, ‘Delighter’ 는 없어도 별 상관은 없지만 충족되면 만족이 증가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것을 광고와 연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TV 와 같이 인지도를 위해 꼭 필요한 광고들은 ‘Must Be’ 의 속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TV 와 같은 범용적인 매체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면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알려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며, 고객들도 그런 브랜드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TV 광고의 양을 무한정 늘린다고 해서 그에 비례하여 고객들의 만족도나 호감도가 상승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양의 광고가 송출될 경우 고객들은 이것을 공해로까지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것은 TV라는 미디어가 지닌 여러 가지 한계, 그 중에서도 일방향 매체라는 특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검색광고는 ‘Performance’ 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유저가 검색을 한 만큼 광고의 기회가 발생하고, 그 기회를 유용한 정보로서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인데, 내가 보기엔 그 기회를 잘 살리기 보다는 눈 뜨고도 놓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이것은 한국의 왜곡된 검색시장에 기인한 바가 크며, 이에 대한 논의는 Google 진민규 님의 포스팅을 참고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끝으로 ‘Delighter’ 에 해당하는 광고로는 YouTube 와 같이 양방향으로 열려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유저와 소통하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Google 과 YouTube 에서는 매년, 그리고 매월 YouTube Ad Leaderboard 라는 차트를 발표하는데, 여기에 올라 온 YouTube 광고를 통해 ‘Delighter’ 의 성격을 공통적으로 확인 할 수 있다. 2013년에 1위를 차지한 영상이 바로 저 유명한 Evian 의 Baby & Me 인데, 거울 앞에서 춤을 추면 자신의 아기 때 모습이 비춰지는 재미있고 유쾌한 광고이다. 사실 Evian 이라는 생수 브랜드가 생수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이런 영상을 광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고객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적으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컨텐츠를 통해 Evian 은 전세계의 고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없어도 무방하지만, 잘 만들면 큰 만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컨텐츠, 전형적인 ‘Delighter’ 이다. 설명이 길어졌지만, 다시 “얼마나 Spray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되돌아 가보자. 과연 광고주, 그리고 에이전시는 충족과 결핍, 그리고 만족과 불만족의 관점에서 적절한 규모의 예산을 배분하고 있는가? 여전히 GRP 와 같은 케케묵은 숫자에 휘둘리고 있지는 않은가? GRP 가 파 놓은 평균의 함정에 빠져 고객들의 눈과 귀에 공해를 ‘Spray’ 하고 있지는 않은가?

3. ‘기도(Pray)’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나?

솔직히 말해보자. 광고를 내보내기까지의 과정과 수고에 비해 광고를 내보낸 다음에는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지. TV 광고의 경우, ‘On Air’ 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야말로 하늘로 날아가버린 풍선을 바라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잘 날아가기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결국 광고효과를 측정하거나 조사하는 것은 다음 번 광고를 위한 것이지 그 대상이 되는 광고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솔직히 나는 사후적인 광고효과의 측정과 조사결과조차도 동태적으로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믿는다. Steve Jobs 의 일갈처럼, 고객들은 스스로의 진의를 서베이를 통해 제대로 반영할 만큼 광고에 진지하지 않을 뿐더러, 그 결과가 해당 광고의 성과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포장될 여지가 너무나 많다. 요즘 온라인과 디지털의 중요성이 강조되다보니 TV광고의 말미에 “검색창에 OOO를 검색해 보세요.” 라는 자막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만큼 무의미한 수고가 없다. TV광고를 본 사람들 중에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그 자막을 따를지, 광고주나 대행사는 알 길이 없다. 그저 검색해 주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사실 더 황당한 것은 그 단어를 검색하면 광고주가 원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 그 자체이다. 검색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키워드에 그 검색광고가 무조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검색광고라 하더라도 유저들로부터 선택(클릭)받지 못하면 상위에 게재될 수 없다. 물론, 한국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른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만 짚어두겠다.)

반면, 디지털과 온라인 광고는 사정이 다르다. 실시간 Feedback 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Feedback 은 다시금 Loop 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Response 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유저들의 반응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이를 통해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YouTube 에 동영상 광고를 내 보냈는데, User Retention 을 보니 영상의 특정 시점에서 시청을 중지하고 이탈하는 패턴이 관찰되었다면 영상을 재편집하거나 일부 수정하여 이탈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Segments 별로 다양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Target Audience 에게 메세지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혹은 예상치 못했던 Audience 로부터 호응이 있지는 않은지 즉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광고가 시장에서 어렵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런 ‘Dynamics’ 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정태적인 TV 또는 인쇄광고에 비해 시시각각 반응에 따라 동태적으로 전략을 수정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디지털과 온라인 광고의 특징이며, 이런 본질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캠페인을 실행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기사를 확인하겠지만, 과거의 경우에는 대형 광고주 기업 담당자들이 조간 신문 초판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인쇄소나 신문사 앞에서 대기하는 일이 그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기도하지 않고 뭔가 적극적인 대응을 취한다는 것이 고작 이런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너무나 많은 대응 전략들이 디지털과 온라인으로 인해 가능해 졌다. 많은 광고 관련 서적들을 보면 광고가 나간 이후의 전략들에 대한 내용이 매우 미미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디지털과 온라인 광고의 경우에는 오히려 광고가 시작된 그 시점부터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도를 한다고? 눈을 감고 있을 겨를 자체가 없다.

나의 기도(Pray)

읽는 분들에 따라서는 이 글이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고, 공격적인 문제제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마케팅이라는 영역에 발을 들여 놓은 지는 오래 되었지만, 엄밀히 말해 광고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것은 이제 겨우 1년 남짓된 입장에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반문하신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업계의 관성이 몸을 무겁기 하기 전에 다른 근육들을 강건하게 단련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자원의 합리적인 배분과 분배를 공부한 경제학도로써, 이 업계의 소중한 자원들이 필요한 곳에 가치있게 쓰이기를 바란다. 굳이 기도(Pray) 해야 한다면, 차라리 이런 바램들을 두 손 모아 기도하겠다.


세일즈맨을 보내주오 – Send in the salesmen

지난 2월 19일, facebook 이 whatsapp 을 $19B(RSU $3B포함) 에 인수한다는 발표가 전해지면서 시장에는 수많은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Sequoia Capital 의 Jim Goetz 가 몇 가지 상징적인 숫자를 통해 이 엄청난 딜을 설명한 글(바로가기)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간략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450M : whatsapp 의 Active User  수.

2. 32 : whatsapp 을 운영하고 있는 Engineer 의 수.

3. 1 : 유저에게 부과하는 사용료. 연간 $1.

4. 0: 마케팅 및 PR 예산 0. 담당자도 없음.

모두 다 믿겨지지 않는 엄청난 숫자이다. (물론 가장 믿겨지지 않는 건 여전히 $19B 이라는 가격이지만.) 사상 유례가 없는 엄청난 실사용자 기반에다 그 엄청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믿기엔 엄청나게 적은 수의 엔지니어들, 그리고 그 탄탄한 고객 기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렴한 사용료와 광고 등 수익 모델에 눈을 돌리지 않는 엄청난 뚝심까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난 이 $19B 가치의 회사가 마케팅에 단 한 푼의 돈도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 Google 에서 온라인 광고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Whatsapp  과 같은 사업자가 내 담당 Industry 에 존재한다면 아마 절망적인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19B 회사한테 단 한 푼도 벌 수 없다니~!!!

그러나 모든 CEO 가 Steve Jobs 일 수 없듯이 whatsapp 은 whatsapp 일 뿐이다. 이렇게 잘 나가는 서비스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너무 비관적으로 단정짓는다고 비판 받을 지 모르나 내 생각은 그렇다. whatsapp 이 저렇듯 믿겨지지 않는 길을 걸어온 데에는 분명 다양한 맥락들이 영향을 미쳤을 테지만, 스마트폰 바탕화면과 유저의 뇌리 속에 허락된 극소수의 자리를 놓고 스토어의 수많은 서비스들과 경쟁해야 하는 대다수 회사들의 입장에서는 whatapp  의 맥락을 끌어오기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

whatapp 만큼이나 인상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인 PSY 의 <강남스타일> M/V 사례를 보자. 아마 잊고 계신 분들이 많을텐데, 10억을 돌파한 이후에도 꾸준히 조회 수가 늘어서 곧 20억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PSY 도 whatsapp  처럼 글로벌 마켓에서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고 컨텐트의 힘만으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PSY 는 2010년부터 YG Entertainment 소속으로 활동해 왔는데, <강남스타일> 이 수록된 6집이 발매될 당시인 2012년 7월에 YG Entertainment 의 YouTube 채널 구독자 수는 이미 전세계에 걸쳐 수십만에 달해 있었고,  이 구독자들의 트래픽을 마중물 삼아 그야말로 전지구적인 규모로 viral 이 확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1분 마다 100시간 분량이 넘는 비디오 컨텐츠가 업로드 되는 YouTube 에서 아무런 유저 기반이나 마케팅 활동 없이 컨텐츠의 힘만으로 20억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훌륭한 품질과 안정적인 운용, 그리고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사업의 철학을 공고히 지켜나가는 태도는 비단 IT industry 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에 있어서 성공을 위한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업계에서 종종 맞딱뜨리는, 마케팅과 세일즈 활동을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의 대척점으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마케팅과 세일즈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을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가교와 같은 것이며, 특히 작금과 같은 공급 과잉의 시대에는 더더욱 그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는 마케팅과 세일즈 조직에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목표를 부여하고 공포심을 도구삼아 내부적으로 경쟁을 조장하는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경영진의 존재이지, 마케팅과 세일즈 그 자체가 아니다. 이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Google 또한 그 어느 회사보다 엔지니어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가는 회사이지만, 마케팅과 세일즈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고 엔지니어 못지 않게 많은 수의 마케터와 세일즈맨들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Google 의 세일즈팀이 전통적인 광고업계를 상징하는 Medison Ave. 와 Silicon Valley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야한다는 암묵적인 mission 을 매우 좋아한다.)

whatapp 못지 않게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LINE 의 경우, 지난 해 말 LINE Euro-Americas 대표로 Jeanie Han (LinkedIn Profile) 을 임명했는데, 이 분의 이전 경력이 Paramount Pictures 라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영화라는 컨텐츠를 전 세계로 마케팅하고 배급하는 일과 메시징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일은 어쩌면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일이 아닐까? LINE 이 특정 문화권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글로벌 확장을 이루어 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들이 마케팅과 세일즈의 역할을 제대로 짚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세일즈 하면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마케팅하는 분들께 즐겨 보여드리는 데이터가 있는데, 바로 터키에서의 LINE 관련 검색 트렌드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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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r’란 Turkish 로 ‘download’ 라는 뜻인데,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messenger indir’ 의 검색량이 감소 추세인데 비해 ‘LINE indir’ 는 2013년 하반기에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시점에 LINE 이 터키 시장에서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를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터키 사람들이 ‘LINE’ 의 훌륭함을 깨닫고 대동단결하여 ‘LINE’ 을 검색할 리 만무하지 않을까?

언제나 혜안 가득한 저서를 선보이는 Daniel Pink 는 놀랍게도 구태의연한 주제라고 생각했던 ‘세일즈’ 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책을 내 놓았는데, <To sell is human> (바로가기) 이라는 대담한 제목의 책이 그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세일즈’ 라는 개념이 놀라울 정도로 확장되고 있으며, 현대 사회의 모든 활동들은 결국 이 ‘세일즈’ 라는 개념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나는 이러한 주장에 업계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정한 세일즈맨들이 이 시장에 등장할 때가 무르익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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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가 자신의 마지막 쇼트 프로그램의 음악으로 선택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 라는 곡은 Stephen Sondeim 의 뮤지컬 <A Little Night> 에 삽입된 넘버인데, 제목인 “Send in the clowns.” 이라는 문장은 서커스나 공연 중에 무대의 막을 잠시 내리고 관객들의 시선을 돌려야 할 때 ‘어릿광대들을 무대로 올려달라’ 는 뜻으로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이 제목을 이해하고 나서 김연아 선수의 탁월한 선곡에 다시 한 번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 나는 이 문장을 차용하여 우리나라의 Mobile industry, 아니 어쩌면 IT industry 전체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세일즈맨을 보내주오.

Send in the salesmen.


SKT, 그리고 포커

포커 용어

블러핑(Bluffing) : 낮은 패를 가지고서 마치 높은 패를 가진 양 허세를 부리며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전략.

슬로우 핸드(Slow hand) : 블러핑과 반대로, 높은 패를 들고서도 상대방이 자신의 패를 얕보도록 낮게 임하는 전략.

나는 포커를 즐겨하지는 않지만, 포커판을 인생에 비유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다 보니 위의 용어들이 무슨 뜻인지 정도는 알게 되었다. 그런데 포커를 칠 일도 없는 나의 뇌리에 이 두 단어가 스쳐지나간 것은 뜻밖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빗발치는 통신사 광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트위터의 검색창에 ‘통신사 광고’ 라는 검색어를 입력해 보시라. 차마 눈 뜨고 보기도 힘든 비난의 글들이 타임라인을 가득 메우게 될 것이다. 광고에 대해 호불호가 엇갈릴 수는 있다고 하지만, 내가 작금의 상황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사람들이 통신사 광고를 가히 공해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또한 특정 광고주에 대한 평을 가급적 자제할 수 밖에 없는 업계(광고 및 미디어) 종사자들 마저도 통신사 광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을 보면서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내가 이런 상황에서 생경한 포커 용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1위 사업자이자 나의 전 직장이기도 한 SK텔레콤의 <잘 생겼다, LTE-A> 광고가 전형적인 ‘블러핑’ 으로 느껴졌지 때문이다. LTE 서비스가 시작된 2011년 하반기 이후로 통신3사는 고객들이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통신용어들을 쏟아내며 서로의 네트워크 품질이 우월하다는 경쟁 광고를 지속해 왔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SK텔레콤 고객이라면 신경 꺼두셔도 좋습니다.” 라는 슬로건과 함께 이 지난한 논쟁을 끝내고 싶어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TV 광고에 등장하는 배우 이정재의 웃음이 한껏 과장된, 전형적인 ‘블러핑 스마일’  로 느껴졌다. 1위 사업자이자 미래부 주관의 <2013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한 SK텔레콤의 네트워크 품질이 타사의 그것에 비해 낮을 리 만무함에도 불구하고,  그 웃음에는 분명 더 강하게 보이려는 의도와 숨길 수 없는 조바심이 뭍어난다.

이제 잠시 시계바늘을 돌려 1998년으로 가 보자. 그 곳엔 지금 보아도 아련한 감동이 느껴지는 Speed 011 광고가 있다.

<Speed 011 : 산사편_YouTube 바로가기>

“또다른 세상을 만날 때에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라는 카피는 지금의 “신경 꺼두셔도 좋습니다.” 와 놀랄만치 닮아 있고, 당대의 배우들인 한석규와 이정재를 모델로 기용한 캐스팅 전략 또한 판박이다. 그런데, 한석규는 이정재처럼 과장된 웃음을 짓는 대신 담양의 대숲을 스님과 함께 걸을 뿐이다. 포커 얘기로 돌아가자면 ‘블러핑’ 이 아니라 전형적인 ‘슬로우 핸드’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이 광고처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람을 향합니다> 광고 영상을 페이스북에 업로드 했더니, 모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팀장님께서 “1위 사업자라서 가능한 광고군요.” 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나 역시 100% 동감한다. ‘슬로우 핸드’ 플레이는 진정한 강자만이 쓸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 <Speed 011 : 산사편> 을 떠올리게 하는 캠페인을 보게 되었는데, Volkswwagen Aregentina 의 <Volkswagen Suite> 이 바로 그것이다.

<Volkswagen Suite_YouTube 바로가기>

폭스바겐을 타고 운전하는 여행자들이 편하게 쉬고 갈 수 있도록 깨끗이 개조한 모텔을 정성스러운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캠페인인데, “Because some times not driving is driving cafully.” 라는 슬로건이 마치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를 연상케 한다. 자동차 회사가 운전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통신사에 전화기를 꺼두라고 하는 것이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맥락의 메세지라고 본다. 이것은 곧, 진정한 강자만이 쓸 수 있는 ‘슬로우 핸드’ 전략에 다름 아니다.

이런 ‘슬로우 핸드’ 전략을 쓸 수 있으려면 경쟁자를 의식하는 대신, 고객을 바라봐야 한다. “경쟁자보다 내가 ‘더’ 잘 나가~!!” 라고 안쓰럽게 외칠 것이 아니라, 나와 고객과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는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감정적 연계의 고리를 이끌어 내어야 할텐데, 이미 SK텔레콤은 이와 유사한 훌륭한 경험을 갖고 있다.

<SK텔레콤 : 사람을 향합니다 시리즈_YouTube 바로가기>

이 영상들을 잘 보면, 하나같이 고객들의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어디에서도 “내가 제일 잘 나가~!!” 라는 외침은 찾아볼 수 없고,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정성과 겸손함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오래 전의 일이 아니고, 상황이 생각만큼 많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SK텔레콤의 자부심이 조바심으로 바뀌어간다는, 지극히 내부적인 상황일 뿐이다. SK텔레콤이 스스로를 진정으로 고객의 마음 속에 최고의 사업자라고 자부한다면, ‘생겨줘서 고맙다’ 고 자축할 것이 아니라 , 세상을 떠난 딸의 목소리를 음성사서함으로 밖에 들을 수 없는 아버지의 아픈 마음을 다독이는 겸손함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그것이 곧 진정한 강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슬로우 핸드’ 플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