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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Brewing Class (3)

드디어 맥주를 맛 보기 위한 마지막 단계, 병입(bottling) 을 시도할 차례입니다. 일주일 간 발효조에서 보관한 Amber Ale 을 병에 담게 될텐데요. 마음 같아선 유리병에 담아 멋지게 Labeling 도 하고 싶지만, 여건상 페트병에 담도록 하겠습니다.

1. Priming

병입을 하기 전에 Priming 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용어는 참 번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prime’ 이라는 단어가 동사로 ‘사용 또는 작동할 수 있게 준비시키다’ 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듯 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맥즙에 효모를 투여하고 적정한 온도에 보관을 하면 발효가 진행되는데요. 이를 통해 맥즙의 당이 효모에 의해 알콜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됩니다. 그런데 이 때 생성된 이산화탄소는 Airlock 의 구멍을 통해서 배출이 되기 때문에 발효조 속의 맥주에는 탄산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한 마디로 김 빠진 맥주인 셈이지요. 따라서 맥주를 맛있게 즐기기 위한 탄산을 생성하기 위해 병입 직전에 한 번 더 당을 추가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priming’ 이라고 부릅니다. 한 마디로 효모에게 마지막 먹잇감을 던져줌으로써 추가로 탄산을 생성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알콜 또한 추가로 생성되겠지요.

저희 클래스에서는 Corn Syrup 1컵을 물 2컵에 희석한 다음 10분간 끓인 것을 ‘priming’ 에 사용하였습니다. Corn Syrup 이란 별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말로 ‘물엿’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효모가 분해할 당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정백당 등 다른 원료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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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ing 에 필요한 당의 양은 맥주의 양, 탄산의 양, 그리고 맥주의 온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탄산의 양은 맥주의 종류에 따라 가장 훌륭한 맛을 내기 위한 권장량이 존재하구요. 이런 변수들을 고려한 계산식(Calculator) 을 활용하시면 됩니다. (Calculator 바로가기)

2. 병입(Bottling) 준비

병입 준비는 곧 살균소독입니다. 이미 설명 드린 바 있듯이 발효 과정부터는 다른 요인들이 맥주의 맛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잘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Povidon (요오드 용액) 등을 이용해서 발효조, 병, 뚜껑, Siphon(기압차를 이용해 맥주를 발효조에서 병으로 옮겨 담는 장비) 을 꼼꼼하게 소독합니다. 특히 병을 재활용하는 경우라면 솔 등을 이용해서 세척 후 소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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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Final Gravity 측정

병입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습니다만, 한 가지 챙겨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Final Gravity, 즉 발효 후 비중인데요. 이 Final Gravity (이하 ‘FG’)와 발효 전 Original Gravity(이하 ‘OG’) 의 차이를 통해 맥주의 알콜 도수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발효 과정을 통해 효모가 당을 알콜로 분해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발효 전후의 비중 차를 통해 알콜 함량을 도출할 수 있음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산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OG – FG)*131+0.3 = Alcohol % of Beer

0.3 이라는 상수를 왜 더하는지 궁금하실텐데요. 앞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Priming 을 통해 병입 후에 추가로 알콜이 생성되는 것을 감안한 조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가 양조한 Amber Ale 의 경우 OG 1.050, FG 1.010 으로, 약 5.54% 의 알콜을 생성하였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

4. 병입(Bottling)

Priming 을 위해 끓인 콘시럽 용액을 충분히 식힌 다음, 새 발효조에 투여합니다. 그런 다음 사이펀(Siphon) 을 이용해 기존 발효조에 있던 맥주를 콘시럽 용액이 든 새 발효조로 옮겨 담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사이펀(Siphon) 을 이용해 콘시럽 용액이 첨가된 맥주를 잘 소독한 페트병에 옮겨 담습니다. 이 때 페트병의 마개는 밀폐성이 높은 내압마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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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후발효

이렇게 병입한 맥주는 탄산을 생성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1주일 정도 더 발효를 진행합니다. 효모가 활동하기 좋은 적정온도를 유지해야겠지요. 그런 다음 냉장고로 옮겨 다시 1주일 정도 더 보관하면 맥주의 훌륭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병을 열어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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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음

사실 제 경우에는 Home Brewed Beer 의 맛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맥주를 맛을 더욱 깊이 음미하고 싶었을 따름인데, 첫 번 째 Amber Ale 은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맛을 보여 주었습니다. Ale 의 스펙트럼 중 가운데에 위치하는 맥주답게 균형잡힌 맛을 보여준 데다 여름에 어울리는 청량감도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함께 즐긴 분들도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더군요. Pizzeria D’buzza 의 Quartro Fungi 와의 Mariage 도 제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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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Drinking vs. Tasting

막간을 이용해 다양한 맥주들의 맛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는 흔히 맥주를 ‘마신다(drink)’ 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이 ‘drinking’ 과 ‘tasting’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와인을 즐기는 문화와 맥주를 즐기는 그것을 대척점에 놓고 보면 더욱 그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질 텐데요.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께서는 와인의 섬세함과 미묘함을 어떻게 맥주의 그것과 비교할 수 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분명 술을 대하는 태도가 그 맛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맥주도 와인을 즐길 때 만큼의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별 생각없이 들이킬 때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맥주의 tasting 은 단순히 맛을 즐기기 위한 casual tasting 에서부터 교육적인 목적의 educational tasting, 그리고 보다 전문적인 역량을 겨루기 위한 BJCP(Beer Judgement Competition program) 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Color, Clarity, Aroma, Taste, Mouthfeel 등 의 요소를 음미하게 되는데, 저희 클래스에서는 첫 시음으로 Max ‘Czech Special Hop’ 부터 Ballast Point ‘Sculpin’ 에 이르는 7종의 스펙트럼을 시음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저희 클래스의 선생님인 Magpie 의 Jason 이 즐겨 마신다는 Sonnen Hopfen 이 흥미로웠고, 요즘 인기가 많은 Sculpin 보다는 Coronado 의 Islander IPA 가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맥주의 색상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Lovibond 색상표가 그려진 맥주잔을 처음 보았는데, 이런 도구들이 맥주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즐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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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첫 브루잉을 마치며…

이렇게 해서 제 첫 번 째 Home brewing 을 마쳤습니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다.’ 라는 경구처럼, 언제나 별 생각없이 벌컥벌컥 들이키던 맥주의 맛이 이제는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 맥주가 어디서 어떻게 비롯된 것인지를 찬찬히 되짚어 보게 된다고나 할까요? 그 상상의 여정을 통해 맥주의 맛을 한 올 한 올 풀어나가는 즐거움이 만만찮습니다. 다음 번 브루잉은 IPA 인데요. 재료만 다를 뿐 브루잉 과정에는 큰 차이가 없어 포스팅은 생략할까 합니다. 그럼 DME 를 사용하는 Extract Brewing 이 아닌, All Grain Brewing 으로 계속해서 포스팅을 이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ome Brewing Class (2)

수수보리 아카데미의 Home Brewing Class, 그 두 번 째 내용입니다. 지난 번에는 Brewing 의 전반을 개괄했다면, 이번부터는 실제 Brewing 을 실습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처음에는 Mashing, 즉 맥즙을 만들어 내는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치는 대신, DME(Dry Molt Extrator) 등 미리 만들어진 재료를 사용하는 Extract Brewing 에서 시작합니다. 물론 커리큘럼에 따라 All Grain Brewing 등 더욱 난이도 높은 과정을 실습하게 되겠지요. 오늘의 Recipe 는 다음과 같습니다.

1. Recipe for Summertime Amber Ale

처음으로 만들 맥주는 Amber Ale 입니다. Amber Ale 은 Pale Ale 의 일종으로, 유럽보다는 북미, 호주 등지에서 많이 생산되는 맥주입니다. Lovibond (맥주의 색 지수 단위 중 하나) 로 보나, 쓴 맛의 정도로 보나 Ale 계열 중 중간값에 가까운 대중적인 맥주라고 할 수 있지요. Amber malt 나 Crystal malt 를 재료로 하며, 일반적으로 얇은 구릿빛 또는 얇은 갈색을 띕니다. 이번 시간에 brewing 한 Recipe 는 다음과 같습니다.

1) Malt : 효모의 먹잇감이 되는 Base Malt 로는 이미 당화까지 완료된 DME 를 사용합니다. 색과 풍미를 더하기 위한 Specialty Malt 로는 Caramunich 와 Carapils 를 선택했습니다.

– 2.5kg’s Light Dry Malt Extractor (Base Sugar)

– 300g’s Caramunich 2 malt (Specialty Malt)

– 100g’s Carapils malt (Specialty Malt)

2) Hop : 맥즙이 끓는 시간에 따라 Hop 을 여러 단계로 투입하면서 쓴 맛, flavor, aroma 를 더하게 되는데요. 이번 Recipe 에 사용할 hop 과 투입 시간, 그리고 각각의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같은 Cascade 를 서로 다른 타이밍에 서로 다른 목적으로 투입하는 것을 보실 수 있을텐데요. 이것은 같은 Hop 이라 하더라도 얼마나 오래 끊이느냐에 따라 Alpha Acid 의 생성량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즉, 일찍 투입할 수록 쓴 맛에 관여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나중에 투입할 수록 flavor 나 aroma 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Hopping 이야말로 맥주의 variation 을 결정짓는 마술과 같은 과정인데요. 최근에는 단 하나의 Hop 만으로 맥주의 맛을 내는 Single Hopping 의 개념도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Mikkeller 의  Single Hop Series 가 대표적인 제품이지요.

– 14g’s of Hallertau (60 mins, for bittering)

– 28g’s of Cascade (30 mins, for flavoring)

– 28g’s of cascade (5 min, for aroma)

 

자, 그럼 사진과 함께 첫 Extract Brewing 과정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1. 각종 도구, 양조용수 계량, DME 와 Hop 계량 등 Brewing 을 위한 준비를 갖춥니다.

2. Specialty Malt 를 약 섭씨 70도로 데워진 물에 담가 15~30분 정도를 우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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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pecialty Malt 가 꺼낸 다음, 우려진 물을 가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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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ME 를 붓고, 뭉치지 않도록 충분히 저어 줍니다. 빠르게 저어주지 않으면 DME 가 바닥에 가라앉아 카라멜처럼 굳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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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계속 가열하여 섭씨 100도에 다다르면 첫 번 째 Hop 을 투입하고 저어줍니다. 60분 카운트를 시작해야겠지요? 30분이 지나면 두 번 째 Hop 을, 60분이 다다르면 마지막 Hop 을 순차적으로 투입합니다. 처음 Hop 을 투입할 때 맥즙이 갑자기 끓어 넘칠 수 있으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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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Hopping 을 하는 동안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요? 그동안 미리 준비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발효를 위한 도구와 장비들을 깨끗이 소독하는 것인데요. Hopping 과 같이 끓이는 과정에서는 세균이나 박테리아에 의한 오염을 걱정할 것이 없지만, 발효 과정이 시작되면 철저하게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마시는 사람의 건강 뿐 아니라 맥주의 맛에 있어서도 위생은 매우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지요. 발효조를 소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Povidon (요오드 성분의 소독약) 1 테이블 스푼에 8리터의 물을 희석해서 세척해 주면 됩니다. Brewer 의 손은 70% 에탄올로 가볍게 씻어주면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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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막간을 이용해서 수강생 중 한 분이 직접 빚고 말린 전통주와 육포를 맛보았습니다. 이런 것이 함께 배우는 즐거움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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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Hopping 이 끝나면 빠르게 식혀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때, 찬 물을 흘려보내 맥즙을 식혀주는 Chiller 라는 도구가 유용하게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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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약 섭씨 25도 이하로 식혀진 다음, 발효조로 옮겨 담게 됩니다. 이 때, 산소와의 접촉을 위해 2~3 차례 붓고 따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맥즙과 산소가 접촉하는 것은 이 때가 마지막입니다. 발효가 시작된 이후에는 산소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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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제 먹잇감이 모두 준비되었으니, Yeast(효모) 를 투입할 차례입니다. 그 전에 한 가지 체크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Gravity(비중) 입니다. 발효 전후의 Gravity 를 비교하면 알코올 도수를 계산해 낼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발효 전에 측정하는 Gravity 를 Original Gravity 라고 부르는데, 요즘 모 브랜드의 맥주 광고에서 이 용어를 마치 하나의 특수한 공법인양 선전하더군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천연 암반수를 썼다는 둥 물맛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물을 넣지 않았다’ 는 것을 자랑인양 내세우는 건 참 민망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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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자, 이제 발효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Yeast(효모)를 고르게 잘 뿌려준 다음, 뚜껑을 잘 닫고 Air lock 이라는 마개로 밀폐합니다. Air Lock 은 밀폐를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발효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의 배출구 역할도 합니다. 잘 마감된 발효조는 약 발효에 적합한 온도(Yeast 마다 다릅니다.) 의 저장소에 보관합니다. 이 때, 발효조에 라벨을 붙여 Brewer, 작업일자, Original Gravity 등을 기록해 두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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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것으로 첫 번 째 Brewing 의 발효 전 단계까지를 경험해 보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효모가 맛깔 난 알코올을 만들어 주길 기대하며, 다음 포스팅에서는 Bottling 등 발효 후 마무리 작업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To be continued……


Home Brewing Class (1)

* 앞으로 석 달 동안 참가하게 된 수수보리아카데미의 Home Brewing Class 에 대해 기록을 남길 예정입니다. 제 개인적인 강의 노트입니다만, 맥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여 블로그에 공개합니다.

술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를 글로 쓰자면 너무나 긴 얘기가 될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룹니다.) 그래서 그 방법과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는데, 마침 ‘수수보리 아카데미‘ 라는 아주 멋진 이름의 기관에서 제 구미에 딱 맞는 홈브루잉 과정을 개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체없이 등록하였습니다. 제가 등록한 평일반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며 총 석 달 간 12번의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당분간 저에게 목요일 저녁 약속은 없는 셈이지요. 강사는 Macpie Brewing Co. 의 Co-Founder 인 Jason Lindley 이며, 수수보리 아카데미의 조효진 교수님이 진행을 도와 주십니다. 그리고 가끔 Seoul Homebrew 의 Mitchell Nichols 도 강의에 참여한다고 하네요. 홈브루잉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서울의 맥주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당사자들을 함께 만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6월26일(목)에 첫 강의가 있었습니다. 이 날은 맥주양조의 기초 이론을 익히는 시간이었는데,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석 달 간의 긴 여정에 함께 하게 된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는 것이었죠. 서른 명 남짓한 인원이 참석했는데, 어림잡아 80% 정도는 요리사 혹은 바리스타 등 유사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었고, 저처럼 취미 삼아 참석한 사람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 강의를 위해 매주 한 번 부산, 전북 외도 등에서 올라오시는 열정 넘치는 Home brewer 들도 계시더군요. 맥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날 배운 맥주 양조 이론의 기초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보리에 싹을 틔워 맥아(malt) 를 만듭니다. (‘맥아(malt)’는 엄밀히 말하자면 싹 틔운 보리, 즉 ‘malted barley’ 를 말하는 셈입니다.)

2. 적정온도의 물에 맥아를 담가 효소(enzymes)가 맥아의 전분(starches)을 당(sugars)으로 분해하도록 합니다. 즉, 다당류를 단당류로 분해하는 셈인데, 이것은 나중에 효모(yeast) 가 당을 먹고 알코올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효모는 다당류를 먹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당화가 진행된 액체를 ‘맥즙(wort)’ 라고 합니다.

3. 맥즙을 끓이고 홉(hop) 을 투입하여 더 끓여냅니다. 사실 이 과정은 간단히 말하기 어려운데, 맥주의 색, 향, 맛, 질감 등을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맥즙과 홉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블렌딩이라고 할까요? 어느 시점에 어떤 맥즙과 홉(hop)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맥주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끓이는 과정을 통해 홉의 맛을 이끌어 낸 다음, 이것을 빠르게 식히고 여기에 효모(yeast) 를 첨가합니다. 그리고는 발효조를 밀폐(엄밀히 말하면 밀폐는 아닙니다. 효모가 만들어 내는 Co2 는 밖으로 배출해야 하니까요. 다만 외부의 공기나 이물질이 발효조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Airlock 과 같은 장비로 조치합니다.)한 다음 발효과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5. 발효가 완료되면 병입하는 것으로 홈브루잉 과정은 마무리 됩니다.

개념은 아주 간단하죠. 보리에 싹을 틔운 다음, 당화 과정을 통해 효모가 알코올을 만들어 낼 수 있게 준비하고, 그 사이에 홉을 넣어서 맥즙의 단맛과 홉의 쓴 맛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거죠. 충분히 끓여서 맥즙과 홉의 색, 향, 맛, 질감 등을 이끌어 낸 다음 효모가 당을 분해해서 알코올을 만들어 내게 하는 겁니다. 홈브루잉이나 상업양조나 원리는 같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수많은 variation 이 있을 거구요.

참고로 위스키의 경우에는 당화까지는 같은 과정이 진행되지만, 홉이 들어가지 않은 채로 발효된 다음, 증류와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증류를 하는 이유는 효모가 당을 알코올로 분해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물과 알코올의 끓는 점 차이를 이용해서 알코올만 분류해서 더 높은 도수의 술을 얻어내는 겁니다. 알코올의 끓는 점이 물의 그것보다 낮으니 먼저 끓어 나오겠지요. 그걸 따로 모으면 풍미을 머금은 위스키 원액이 만들어 지게 되고, 이것을 오크통 등에 담아서 숙성시키면 그 풍미가 더 깊어지는 겁니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 볼까요? 소주도 위스키와 똑같은 증류주인데,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소주는 희석식 소주입니다.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제가 이해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증류식 소주나 희석식 소주나 곡물을 발아, 당화, 발효시킨 다음 증류과정을 통해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얻어내는 것은 같습니다. 그런데 희석식 소주는 이후에 감미료 등을 넣어서 맛을 더합니다. 왜 이렇게 할까요? 당연히 증류의 결과물 그 자체로는 술의 맛과 풍미가 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희석식 소주를 공격하는 분들이 ‘희석식 소주는 에탄올에다가 물과 감미료를 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냥 에탄올이라고 하는 것은 좀 심한 지적이지만, 원재료에서 비롯되는 맛과 풍미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괜히 저렴한 게 아니란 얘기지요.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의 맛과 풍미를 비교해 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 둘을 얼음 혹은 물에 타서 드셔보는 겁니다. 증류주는 맛과 풍미가 피어오르겠지만, 희석식 소주를 그렇게 드시는 것은 매우 거북스러운 경험이 될 겁니다. 물론 요즘 말로 ‘가성비’ 라는 게 있으니, 선택은 드시는 분의 몫입니다.

다시 맥주 얘기로 돌아오면, 요즘 많은 분들이 맥주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소주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설명 드린 바 처럼, 맥주의 맛과 풍미의 핵심은 홉에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우리나라 맥주들은 어떤가요? 홉 함량이 낮을 뿐 아니라, 다양한 홉으로 다양한 맛을 내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광고를 할 때, 홉이 아니라 물을 내세웠었지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에라도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고 기존의 맥주업계도 이런 흐름에 자극받아 신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는 것은 반길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 진짜 변화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려고 합니다.

스크롤의 압박도 있고 하니,  7월 3일(목) 의 두 번 째 강의, 즉 첫 번 째 실습의 내용은 다음 포스팅으로 넘길까 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그 과정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다만, 당화의 과정을 간소화해서 DME(Dried Molt Extractor) 라는 분말 맥즙을 사용하게 됩니다. 사진과 함께 설명 드리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