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 불손한 사업자 VS 국민 앞에 불손한 법 – Uber X 서비스 중단에 부쳐

Uber X 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하였다고 한다. 또한 프리미엄 옵션인 Uber Black 또한 현행법에 따라 그 대상을 제한적으로 운영한다고 Uber 측은 밝혔다. Uber 는 서비스 중단을 알리는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와 같은 결정은 우버가 한국에서 처해있는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한 의지의 표명이며, 한국의 이용자들과 파트너 운전자들, 그리고 지역사회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된 사안입니다.” (문법에 어긋남이 있어 뜻에 맞게 일부 수정함.)

이러한 辯 에 대해 혹자는 서울시 등 규제감독기관, 그리고 대한민국 현행법에 대한 불손한 태도라며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가 하면, 혹자는 그동안 편리하게 이용해 왔던 서비스를 규제에 가로막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야말로 상반된 반응인 셈. 그렇다면 그 ‘현행법’ 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장. 제1조(목적) 이 법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에 관한 질서를 확립하고 여객의 원활한 운송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의 종합적인 발달을 도모하여 공공복리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률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따질 깜냥은 못되지만, 나는 Uber X 라는 서비스를 중단시키고, Uber Black 마저 극히 제한적인 형태로 축소시키버련 바로 그 ‘현행법’ 이라는 것의 목적을 보고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Uber 가 저 법의 목적에 반하는 서비스인가?

정부(국토교통부)나 지자체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관련 사업자에 대해 필수불가결한 자격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 면허제도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특정 사업에 대해  면허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인 선택의 자유에 대한 예외적인 사안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0년, 국민 대다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외 등 사교육 금지’ 가 위헌 판결을 받은 것 또한 이 조치가 부모의 교육권과 과외 교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법리에 따른 결과였다. 나는 택시사업자들의 면허가 승객들이 자유롭게 운송수단을 선택할 자유까지 침해해 가면서 지켜져야 할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행 면허제도를 통해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목적인 운수사업의 종합적인 발달과 공공복리의 증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Uber 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쌍수를 들어 반기는 다수의 승객들이 적지 않음을 볼 때, Uber 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오히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부(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서비스의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법률의 제정 취지와 목적, 그리고 무엇보다 국리민복 증진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Uber 의 확산에 대해 택시기사들의 생계와 처우를 걱정하는 시선도 많다. 충분히 수긍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현행법률이 과연 대표적인 서민계층인 택시기사들의 처우를 증진시켜 왔는가? 나는 경쟁이 부재한 상태에서 면허제도를 통해 기존사업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업주들의 배를 불려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두 업종이 바로 이 택시사업, 그리고 폭행사건으로 말미암아 온 국민의 경악을 불러일으킨 어린이집 사업인데, 이 두 사업의 공통점이 바로 사업자의 면허취득기준은 높은 반면 종사자의 자격취득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의 이준구 교수님께서는 이 문제를 효율임금이론의 관점에서 해석한 바 있는데(효율임금이론의 관점에서 본 어린이집 사건-이준구), 1년 남짓한 교육을 통해 자격을 취득한 보육교사들이 평균 130만원 내외의 월 급여로 매일 10시간 이상의 격무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보육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는가 하는 의견을 피력하신 바 있다. 나는 택시사업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그 처우는 열악한데 어떻게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겠는가? 그런 반면 기존 택시사업자들의 면허는 Uber 와 같은 새로운 도전자들의 위협으로부터 현행법으로 강력하게 보호받고 있으니 이 얼마나 부조리한 일인가? 다소 격한 표현일지 모르나, Uber 에 대한 택시기사님들의 분노와 적개심 뒤에 숨어서 웃고 있을 사람들은 다름 아닌 택시사업체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나는 정부(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입법이나 개정을 통해서라도 Uber X 그리고 Uber Black 의 운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 방향이 헌법적 가치인 선택의 자유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행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의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믿는다. 만일 정부(국토교통부)나 서울시가 Uber 의 자격에 일부 미비한 것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부분적으로 그 보완을 요구하면 될 일이다. 이마저도 Uber 가 거부한다면 그들에게도 더 이상 명분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택시사업자, 그리고 수많은 택시기사들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솔직히 말해 나는 Uber 의 진출이 택시사업자들의 매출과 이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서울의 택시들이 승차거부를 해 가며 승객들을 입맛대로 골라태운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단편적인 현상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나는 승객의 한 사람으로써 지난 십 수년 간의 경험을 돌이켜 볼 때, 서울의 택시 서비스가 공급과잉의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편 Uber 의 차량 운행대수는 얼마나 될까? 이 data 가 궁금했지만 검색만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는데 평소 내가 Uber 를 이용할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Map 위에 등장하는 차량의 댓수는 언제나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었다. 내 짐작으로 Uber 의 시장점유율은 백분율로 볼 때 소수점 단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다른 시장으로 잠시 시선을 옮겨, 최근 수입맥주가 시장에서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대부분의 보도자료를 보면 대형마트에서의 수입맥주 점유율이 30% 대에 육박하고 있다는 내용이며 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리 수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형마트보다 훨씬 큰 요식업체 시장에서 여전히 국산맥주들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우리는 이처럼 같은 제품군 안에서도 다양한 시장이 존재할 수 있음을 종종 망각하곤 한다. 나는 Uber 정도의 서비스가 서울과 같은 Megacity 에 들어온다고 해서 단기간에 기존 택시업계를 고사시킬 정도의 충격을 줄 것이라곤 믿지 않는다. 또한 Uber 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충격을 받고서도 기존 택시업계가 스스로를 혁신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Uber 의 어마어마한 시장가치 등을 내세워서 마치 이 회사가 기존 택시업계를 고사시킬 수 있는 공룡기업이라도 되는 양 묘사하는 기사와 글들에 강한 거부감이 드는 이유이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예측도 없이 택시업계의 피해를 보전해 주자는 비생산적 논의 따위는 없어야 한다. 그보다는 기존 택시사업자들에 대한 보다 엄격한 평가를 통해 시장 진입과 퇴출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 Uber 가 보여주지 않았는가? 사용자들로부터의 직접적인 평가가 얼마나 쉽고 편리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그 대신 택시기사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시키는 한편 그 자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효율임금이론이 만능은 아니지만, 적어도 작금의 처우로는 택시기사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며, 개선된 처우와 함께 그에 걸맞는 자격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London 의 명물로 유명한 Black Cab 의 Driver 가 되기 위해서는 London 곳곳의 도로 정보를 손바닥 들여다 보듯 해야한다고 한다. 나는 내가 탄 택시의 기사님께서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경로로 숙련된 운전 실력을 발휘해서 친절하게 운행해 주신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정말이지 택시비를 낼 때마다 내가 왜 내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을 검색해서 직접 길을 설명하고, 욕설을 들어가며 급발진 급정거로 인한 차멀미를 경험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다. 나는 업무상 택시를 탈 일이 많은데 열 번 타면 예닐곱 번은 저런 경험을 하곤 한다. 지인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이다.) Uber X 를 타면 더 저렴한 요금으로도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있는데 말이다.

법은 사회적인 합의, 그 중에서도 강력한 구속력을 지닌 합의이고 그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서 우선적으로 그 합의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데 이견은 없다. 다만, 그 법이란 것을 만고불변의 진리로 생각할 하등의 이유는 없으며, 그 제정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면 정부와 관계 기관이 나서서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의무를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Uber X 서비스 중단에 즈음한 나의 바램은 법 앞에 불손한 사업자를 징벌하는 것에 앞서 국민에게 불편을 안겨주는 법률을 손보는 일이 먼저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소박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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