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Brewing Class (3)

드디어 맥주를 맛 보기 위한 마지막 단계, 병입(bottling) 을 시도할 차례입니다. 일주일 간 발효조에서 보관한 Amber Ale 을 병에 담게 될텐데요. 마음 같아선 유리병에 담아 멋지게 Labeling 도 하고 싶지만, 여건상 페트병에 담도록 하겠습니다.

1. Priming

병입을 하기 전에 Priming 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용어는 참 번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prime’ 이라는 단어가 동사로 ‘사용 또는 작동할 수 있게 준비시키다’ 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듯 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맥즙에 효모를 투여하고 적정한 온도에 보관을 하면 발효가 진행되는데요. 이를 통해 맥즙의 당이 효모에 의해 알콜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됩니다. 그런데 이 때 생성된 이산화탄소는 Airlock 의 구멍을 통해서 배출이 되기 때문에 발효조 속의 맥주에는 탄산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한 마디로 김 빠진 맥주인 셈이지요. 따라서 맥주를 맛있게 즐기기 위한 탄산을 생성하기 위해 병입 직전에 한 번 더 당을 추가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priming’ 이라고 부릅니다. 한 마디로 효모에게 마지막 먹잇감을 던져줌으로써 추가로 탄산을 생성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알콜 또한 추가로 생성되겠지요.

저희 클래스에서는 Corn Syrup 1컵을 물 2컵에 희석한 다음 10분간 끓인 것을 ‘priming’ 에 사용하였습니다. Corn Syrup 이란 별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말로 ‘물엿’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효모가 분해할 당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정백당 등 다른 원료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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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ing 에 필요한 당의 양은 맥주의 양, 탄산의 양, 그리고 맥주의 온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탄산의 양은 맥주의 종류에 따라 가장 훌륭한 맛을 내기 위한 권장량이 존재하구요. 이런 변수들을 고려한 계산식(Calculator) 을 활용하시면 됩니다. (Calculator 바로가기)

2. 병입(Bottling) 준비

병입 준비는 곧 살균소독입니다. 이미 설명 드린 바 있듯이 발효 과정부터는 다른 요인들이 맥주의 맛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잘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Povidon (요오드 용액) 등을 이용해서 발효조, 병, 뚜껑, Siphon(기압차를 이용해 맥주를 발효조에서 병으로 옮겨 담는 장비) 을 꼼꼼하게 소독합니다. 특히 병을 재활용하는 경우라면 솔 등을 이용해서 세척 후 소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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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Final Gravity 측정

병입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습니다만, 한 가지 챙겨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Final Gravity, 즉 발효 후 비중인데요. 이 Final Gravity (이하 ‘FG’)와 발효 전 Original Gravity(이하 ‘OG’) 의 차이를 통해 맥주의 알콜 도수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발효 과정을 통해 효모가 당을 알콜로 분해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발효 전후의 비중 차를 통해 알콜 함량을 도출할 수 있음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산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OG – FG)*131+0.3 = Alcohol % of Beer

0.3 이라는 상수를 왜 더하는지 궁금하실텐데요. 앞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Priming 을 통해 병입 후에 추가로 알콜이 생성되는 것을 감안한 조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가 양조한 Amber Ale 의 경우 OG 1.050, FG 1.010 으로, 약 5.54% 의 알콜을 생성하였습니다.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

4. 병입(Bottling)

Priming 을 위해 끓인 콘시럽 용액을 충분히 식힌 다음, 새 발효조에 투여합니다. 그런 다음 사이펀(Siphon) 을 이용해 기존 발효조에 있던 맥주를 콘시럽 용액이 든 새 발효조로 옮겨 담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사이펀(Siphon) 을 이용해 콘시럽 용액이 첨가된 맥주를 잘 소독한 페트병에 옮겨 담습니다. 이 때 페트병의 마개는 밀폐성이 높은 내압마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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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후발효

이렇게 병입한 맥주는 탄산을 생성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1주일 정도 더 발효를 진행합니다. 효모가 활동하기 좋은 적정온도를 유지해야겠지요. 그런 다음 냉장고로 옮겨 다시 1주일 정도 더 보관하면 맥주의 훌륭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병을 열어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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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음

사실 제 경우에는 Home Brewed Beer 의 맛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맥주를 맛을 더욱 깊이 음미하고 싶었을 따름인데, 첫 번 째 Amber Ale 은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맛을 보여 주었습니다. Ale 의 스펙트럼 중 가운데에 위치하는 맥주답게 균형잡힌 맛을 보여준 데다 여름에 어울리는 청량감도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함께 즐긴 분들도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더군요. Pizzeria D’buzza 의 Quartro Fungi 와의 Mariage 도 제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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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Drinking vs. Tasting

막간을 이용해 다양한 맥주들의 맛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는 흔히 맥주를 ‘마신다(drink)’ 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이 ‘drinking’ 과 ‘tasting’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와인을 즐기는 문화와 맥주를 즐기는 그것을 대척점에 놓고 보면 더욱 그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질 텐데요.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께서는 와인의 섬세함과 미묘함을 어떻게 맥주의 그것과 비교할 수 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분명 술을 대하는 태도가 그 맛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맥주도 와인을 즐길 때 만큼의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별 생각없이 들이킬 때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맥주의 tasting 은 단순히 맛을 즐기기 위한 casual tasting 에서부터 교육적인 목적의 educational tasting, 그리고 보다 전문적인 역량을 겨루기 위한 BJCP(Beer Judgement Competition program) 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Color, Clarity, Aroma, Taste, Mouthfeel 등 의 요소를 음미하게 되는데, 저희 클래스에서는 첫 시음으로 Max ‘Czech Special Hop’ 부터 Ballast Point ‘Sculpin’ 에 이르는 7종의 스펙트럼을 시음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저희 클래스의 선생님인 Magpie 의 Jason 이 즐겨 마신다는 Sonnen Hopfen 이 흥미로웠고, 요즘 인기가 많은 Sculpin 보다는 Coronado 의 Islander IPA 가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맥주의 색상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Lovibond 색상표가 그려진 맥주잔을 처음 보았는데, 이런 도구들이 맥주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즐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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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첫 브루잉을 마치며…

이렇게 해서 제 첫 번 째 Home brewing 을 마쳤습니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다.’ 라는 경구처럼, 언제나 별 생각없이 벌컥벌컥 들이키던 맥주의 맛이 이제는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 맥주가 어디서 어떻게 비롯된 것인지를 찬찬히 되짚어 보게 된다고나 할까요? 그 상상의 여정을 통해 맥주의 맛을 한 올 한 올 풀어나가는 즐거움이 만만찮습니다. 다음 번 브루잉은 IPA 인데요. 재료만 다를 뿐 브루잉 과정에는 큰 차이가 없어 포스팅은 생략할까 합니다. 그럼 DME 를 사용하는 Extract Brewing 이 아닌, All Grain Brewing 으로 계속해서 포스팅을 이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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